복지부의 인력 가산 기준 방침에 학계·병원들에서는 “비현실적 기준”전달체계 개편 대안 학계는 ‘지역화+체계화’, 정부는 ‘달빛어린이병원’


[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별도의 가산 등을 받을 수 있는 소아전문응급센터 전담 인력을 놓고 정부와 학계 및 병원 간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는 권역응급의료센터와 함께 별도의 소아전문응급센터를 구축한다는 내용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10곳의 소아전용응급실들은 시설·장비·인력 확충을 통해 소아전문응급센터로 전환된다.

구체적으로 전문의 2인 이상을 포함한 소아응급환자 전담의 4인 이상(전담의는 3년차 이상 레지던트를 의미)이 확보돼야 하며, 전년도 응급실 내원 소아청소년 환자 수가 1만5,000명을 초과할 경우 매 1만 명당 전담전문의 1명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간호사는 소아응급전담 간호사 10인 이상이 있어야 하며 역시 전년도 응급실 내원 소아청소년환자 수가 1만5,000명을 초과할 경우 매 5,000명 당 전담 간호사 3명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지난 27일 서울역 삼경 C&M 대강연장에서 ‘소아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추진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대한응급의학회와 대한소아과학회 및 병원계에서는 정부의 개정안이 소아응급의료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아과학회 김호성 총무이사는 “정부의 개정안 중 인력배치 기준이 간단하지 않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전문의 인력과 레지던트를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정부의 방향에는 공감을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아산병원 박영서 소아청소년병원장도 “소아응급실에서 가장 큰 문제가 인력이다. 전문의 6명에 레지던트와 인턴까지 하면 의사 인력이 10명이 필요한데, 병원 입장에서는 레지던트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라며 “병원 입장에서는 24시간에 6명이 필요한데 정부에서 소아전용응급실에 지원하는 비용이 1억4,000만원이다. 이는 한 사람 인건비도 안 되는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박 병원장은 “간호사 인력 기준도 도저히 쫓아가기 불가능하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응급실이 1년에 4만명의 환자를 보는데 간호사 15명이다. 그런데 복지부의 기준에 따르면 간호사 24명이 필요하다”라며 “소아는 경증 환자가 많은 만큼 적정인원은 (개정안의) 절반 정도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소아전용응급실협의회 소속의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류정민 교수도 “정부가 미온적인 지원을 하다 보니 원래 소아응급의료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지쳐 떨어져 나가고 있다”라며 “정부가 소아응급체계 구축을 위해 전문의 5명을 확보할 수 있는 수가 보전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소아전용응급실의 수가 확보를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준이 있어야만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서민수 사무관<사진>은 “소아응급의료에 더 높은 수가를 주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준이 다른 것들과 차별화돼야한다”며 “(소아응급의료 수가 인상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가입자를 상대로 왜 수가를 올려야 하는지 설득이 필요하다. 인력 기준이 비현실적이라고 하지만 3교대 기준으로 5명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달체계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해법은?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와 학계·병원계가 소아전문응급센터 연착륙을 위해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우선 소아응급의학회 곽영호 교육이사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해 소아응급의료체계의 지역화와 계층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역거점병원 및 지역 내 전달체계 적정화와 함께 진료 수준과 목표에 따라서 전문센터와 기본센터로 구분해 소아응급의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본센터는 경환자 진료와 중환자 이송의 역할을 담당하고 전문센터는 중환자 진료에 24시간 전문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응급의학회 양혁준 기획이사도 “소아전문응급센터가 갖춰지기 위해서는 야간이나 주말, 휴일에 1~2차 의료기관에서 해결하지 못한 환자들만 소아전문응급센터에 의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복지부 서민수 사무관은 “소아전용응급실이 있으면 중증환자의 비율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대학병원에서 경증환자를 담당하는 게 정상은 아니다”라며 “소아전문응급센터에서 중증환자들을 보고 경증 환자는 복지부에서 추진 중인 달빛어린이병원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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