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만원 증빙 자료 미제출·절차 없이 의쟁투기금 사용 의혹 일어
[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관악구의사회 최낙훈 회장에 대한 횡령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기총회가 파행됐다.
관악구의사회는 지난 26일 ‘제42차 정기총회’를 열고 ‘2014 회계연도 감사보고’ 순서에서 최 회장의 횡령 의혹이 제기되자 정총 폐회를 선언했다.
관악구의사회 박찬문 감사는 지난해 2월 1일부터 지난 1월 31일까지 진행된 ‘2014 회계연도 세입·세출 결산’ 감사결과 ▲사무국 직원 급여 ▲사업 외 수익 기금 사용 등의 내역에서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감사 내용에 따르면 최 회장은 세출내역 중 사무국 직원 급료로 책정된 3,863만1,000원 중 1,8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사무국 직원은 1명으로 매달 170만원(1년 2,040만원)의 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급여로 책정된 예산액(3,863만1,000원)에서 사무국 직원의 급여를 제외하면 약 1,800만원이 비는 셈이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1,800만원에 해당하는 비용의 경우 아웃소싱 인력을 고용하는 데 사용했다고 주장했지만, 명확한 금액 출처나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횡령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박 감사는 “최 회장에 따르면 사무국 직원에게 매달 아웃소싱 인력의 인건비 150만원을 전달했고, 사무국 직원이 필요한 사람을 아웃소싱 해 썼다고 한다”면서도 “사무국 직원은 아웃소싱으로 고용한 직원 얼굴을 본 적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 내역에 대한 자료 제시 요청에 차후 전체 이사회에서 하겠다고 했으나 그 때도 제출한 바 없다”고 했다.
더욱이 아웃소싱 인력을 고용하는 과정에서 상임이사회를 비롯한 전체 이사회 어느 곳에서도 인준을 받은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회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회원은 “급여 150만원이 나갔는데 그 직원 얼굴 본 사람은 최 회장 한 명이라는 얘긴가. 이건 유령직원이다”라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나. 더욱이 회장 입장에서 감사에게 증빙 자료를 미리 주는 게 상식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회원은 “스스로 자료를 제출하는 게 감사 받을 사람의 자세다. 이를 증명할 자료도 없다는 게 말이 되냐. 결국 유령직원한테 한 달에 150만원씩 지급했다는 얘기 밖에 안 된다”며 “이는 전횡이고 횡령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최 회장은 “현재 사무국에 직원 한 명이 있지만 혼자 일을 처리하지 못해 이를 보조할 수 있는 직원 한 명을 아웃소싱 해 쓰게 됐다"고 설명하며 ”문제는 옛날 관례대로 증빙자료 없이 처리했는데 그게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인정한다. 증빙자료를 요구하면 추후 제출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 회장의 설명에도 회원들의 질타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권 쟁취투쟁 기금으로 모아졌던 3,000만원 중 1,500만원 의사회 내부 결의를 거치지 않고 2014년 세입 항목에 포함시켜 사용한 흔적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한 원로 회원은 “이 의쟁투 기금은 일반 회비와 다르다. 기금을 사용할 때는 비상총회를 열어 회원들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엄청난 상황인데 아무런 절차 없이 독단으로 이를 회비로 사용했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감사도 “의쟁투 기금을 이사회를 거쳐 집행한 게 아니기 때문에 정당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감사결과 부적합하다”고 잘라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의사회는 정총 폐회를 결정하고, 향후 현행 집행부와 신임 집행부 간 내부 회의를 거쳐 이번 문제에 대해 정리하고 3월 중순 쯤 임시총회를 개최해 최종 보고 하기로 했다.
이에 감사보고 이후 예정됐던 ▲2014 회계연도 결산보고 ▲2015 회계연도 사업계획안 심의 ▲2015 회계연도 예산안 심의 ▲서울시의사회 대의원총회 건의안 채택 등은 임시총회에서 마무리 짓기로 결정됐다.
한편, 이날 정총에서는 서울시의사회 파견대의원 선출이 진행된 가운데 각 후보 간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배정된 대의원은 총 5명이지만 후보는 8명이 등록했다.
투표에는 총 67명이 참여했다. 특히 최 회장도 파견대의원 선출 후보로 등록해 주목을 받았다.
이날 파견대의원에 출마한 후보는 ▲김재선(선산부인과원장) ▲손승환(손승환내과원장) ▲최낙훈(최낙훈성형외과원장) ▲고동훈(김앤고소아청소년과의원장) ▲조해석(조내과의원장) ▲양현모(현희정형외과의원장) ▲이인기(관악연세의원장) ▲정도영(정비뇨기과원장) 등 8명이다.
투표결과 ▲이인기 후보(17표) ▲양현모 후보(15표) ▲조해석 후보(10표) ▲김재선 후보(8표) ▲최낙훈 후보(6표)가 파견대의원으로 선출됐다.
이날 최 회장은 서울시의사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며 “의료계가 단결할 수 없다는 선입견을 떨쳐 버리고 대동단결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다”라며 “평등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 국민과 환자 건강위해 대동단결해야 한다. 그게 우리가 살 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