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의사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의사들의 무관심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의사는 매년 늘고 있지만 의협 회비 납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의협이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을 보이는 의사보다 그렇지 않은 의사가 많다. 의사들도 무관심한 의협에 힘이 실릴 리 없다.

의협에 대한 무관심은 차기 의협 회장을 뽑는 선거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제39대 의협 회장 선거전은 본격화됐지만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회원들이 상당수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일부 회원들만 애를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책 선거를 다짐하고 좋은 공약들을 쏟아내도 귀를 기울이는 회원들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선거에 대한 회원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38대 의협 회장 선거부터 온라인 투표가 도입됐지만 투표율은 역대 최저인 28.9%였다. 이번 39대 선거에서는 선거권을 확대(회비 완납 3년→2년)하고 온라인 투표 기간도 늘렸지만 우편 투표로만 진행되던 선거보다 낮은 투표율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와 보건의료정책 방향 등을 논의해야 하는 의료계 수장이 전체 회원의 10분의 1도 안되는 지지를 받고 당선되는 일이 재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수십년간 쌓여온 의협에 대한 회원들의 무관심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선거판을 만들어 구도를 흔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의협은 이번 선거부터 선거권 부여 기준을 회비 3년에서 2년 완납자로 완화했지만 이를 통해 늘어나는 유권자는 8,000명 정도다.

전체 회원은 11만명을 넘어섰다고 하지만 유권자는 절반도 안되는 4만4,000여명이다. 선거를 통해 의협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에는 유권자 수가 너무 적다. 이들 중 50%가 투표를 한다고 해도 2만2,000여명이다.

차라리 의사면허를 갖고 있는 모든 회원들에게 선거권을 주면 투표율이 낮아도 실제 참여하는 회원 수는 증가할 수 있다. 또한 선거권이 있는 회원이 없는 회원보다 선거에 대한 관심도 많을 것이다. 자기 손으로 직접 회장을 뽑으면 그가 어떤 회무를 하는지 한 번 더 눈길이 가지 않겠는가.

의무를 다하는 회원에게 권리를 준다는 의미로 선거권을 의협 회비 납부 여부와 묶어 놓고 있지만 의무와 권리를 모두 찾으려는 회원보다는 둘 다 포기하는 회원들이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의료계 수장을 뽑는 의협 회장 선거가 일부 회원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말고 모든 회원들이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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