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지 않는 선거분위기…“누가 나왔는지도 모르겠다”유권자 4만4414명, 온라인 투표 선택한 회원은 7597여명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제39대 대한의사협회장을 뽑는 선거전이 시작됐다. 노환규 전 회장이 대의원회로부터 불신임돼 보궐선거가 치러진 지 8개월 만에 의료계는 다시 선거 정국으로 들어섰다. 3년 동안 의료계를 이끌 수장을 뽑는 본경기인 만큼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일반 회원들의 무관심으로 선거 열기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아 ‘후보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임수흠·추무진·조인성·이용민·송후빈 후보(기호 순)는 네거티브 없는 정책 선거를 다짐하며 회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설 연휴 기간에도 쉬지 않고 응급실 등을 찾는 등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지난 16일까지 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간 후보들은 회원들이 많이 모이는 의사회 정기총회나 학술대회 등을 찾아 의협회장으로서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한 온라인 선거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득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후보들이지만 회원들을 만날수록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체감하게 된다고 했다. 임 후보는 “의협회장 선거가 있는지도 모르는 회원들이 많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홍보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으며 송 후보도 “바쁜 일상 속에서 살다보니 선거에는 관심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의협 김완섭 선관위원장조차 “의협회장 선거가 직선제인지도 모르는 회원들도 많다”고 말할 정도다.

구의사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한 개원의는 “지난해 있었던 보궐선거에는 그래도 후보들의 공약도 들여다보고 관심을 가졌지만 올해는 누가 나왔는지도 모르겠다”며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궐선거였던 38대에 이어 이번에도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1월 25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선거권을 확대하고 온라인 투표 기간을 연장하도록 개정한 선거관리 규정도 투표율 제고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개정된 선거관리 규정에 따라 선거권 부여 기준이 회비 완납 3년에서 2년으로 완화됐으며 온라인 투표 기간도 2일에서 3일로 하루 연장됐다. 우편 투표가 기본이었던 38대 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온라인 투표를 기본으로 했다.

온라인 투표가 처음 도입된 지난 38대 의협회장 선거는 전체 유권자 3만6,083명 중 1만449명만 투표에 참여해 역대 최저 투표율 28.9%를 기록했다. 당시 기호 2번이었던 추 회장은 5,106표(48.9%)로 당선됐다. 5,000여 명의 지지로 11만 의사를 대표하는 의협회장이 결정된 것이다.

선관위는 선거권 확대로 총 유권자가 3만6,083명에서 4만4,414명으로 증가했지만 투표율은 40% 정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1만8,000명 정도가 투표에 참여해 의협회장을 결정할 것이라는 게 선관위의 예측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회원들의 무관심으로 투표율이 40%를 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유권자는 늘었지만 온라인 투표를 신청한 회원은 7,597명으로 오히려 지난 선거보다 245명 감소해 이번 선거에 대한 회원들의 무관심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8대 의협 회장 선거에는 7,842명이 온라인 투표를 신청해 4,510명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역대 의협회장 선거 투표율도 회원들의 무관심을 반영하듯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03년 33대 회장(김재정) 선거에서는 유권자 3만2,764명 중 1만4,346명이 참여해 투표율 43.8%를 보였으며 2006년 34대 회장(장동익) 선거에서는 유권자 3만4,067명 중 1만8,863명이 참여해 투표율 53.2%를 기록하며 10%p 이상 올랐다.

하지만 보궐선거였던 2007년 35대 회장(주수호) 선거는 전체 유권자 3만9,989명 중 2만101명이 참여해 투표율 50.3%로 떨어졌으며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38대)로 바뀌기 전 마지막 직선제였던 2009년 36대 회장(경만호) 선거 때는 총 4만3,284명의 유권자 중 1만8,246명이 참여해 투표율 42.2%로 급감했다. 38대 의협 회장 선거에서 다시 직선제로 돌아왔지만 투표율은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김 선관위원장은 “선거인 명부 확인을 통해 유권자가 최종 확정되면 후보들의 공약이나 약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선거에 참여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도 보낼 계획”이라며 “선관위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겠지만 후보들도 각 지역을 다니면서 정책과 비전을 충분히 설명하고 선거 분위기를 띄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락세인 투표율이 의협에 대한 회원들의 불신과 무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반등을 기대하기는 힘들 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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