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양영구]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파동 등을 겪은 후 맞이하는 설 연휴를 앞두고, 정치권은 야심차게 ‘저가담배’ 이슈를 꺼내들었다.

먼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담뱃값 인상에 따른 보완책으로 기존 담배보다 저렴한 저가담배를 검토해 볼 것을 당 정책위원회에 지시했다.

야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유 원내대표의 발언이 나온 날 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담배회사들이 저가 상품을 출시하도록 한다면 저소득층이 저렴하게 담배를 살 수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검토를 거친 후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면서 한발 더 나갔다.

하지만 정치권이 오래간만에 한목소리를 낸 저가담배 카드는 역풍이 돼서 돌아왔다. 비흡연자들은 ‘국민건강을 생각해 담뱃값을 인상한다더니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저가담배 운운하느냐’며 반발했고, 흡연자들도 ‘정치권이 장난을 치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차가워진 민심을 따뜻하게 만들기에 저가담배의 불꽃은 너무 약했던 것이다.

역풍을 확인한 유 최고의원이 급하게 저가담배는 ‘아이디어’ 차원이었다고 진화에 나선 상황인 만큼 전 최고의원이 공언대로 법제화를 추진하지 않는다면 결국 저가담배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정치권은 담뱃값 인상 추진시 제기됐던 ‘증세’ 논란에 대해 줄곧 ‘흡연율 하락을 통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런데 이번 저가담배 아이디어는 정치권이 필요에 따라 자신들이 내세운 정당성을 얼마나 쉽게 버릴 수 있는지만 보여준 꼴이 됐다.

담뱃값 인상이 정말로 증세가 아닌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것이라면, 정치권은 더 이상 ‘꼼수’를 부리지 말고 자신들의 주장을 견지하길 바란다. 그래야 비싼 담뱃값 때문에 금연하고 건강해진 국민들이 열심히 일해 세금도 계속 낼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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