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김양환]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임시대의원총회가 개최됐다. 인턴기자로서 취재를 나갔고 임총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 있었다.

현 시국 타파를 위해 개혁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통합혁신위원회가 의협 개혁 방안이 담긴 정관 개정안을 내놓은 상황이었기에 이번 임총에 거는 기대가 높아 보였다.

의대생이자 예비의사인 나도 임총 결과가 궁금했다. 그러나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네 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번 임총은 실망스러웠다. 혁신위 안건 중에서 건진 건 대의원 직선제 하나뿐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부결됐다.

그 과정도 어이없었다.

발언권을 얻은 대의원이 말을 하고 있는 중에도 고성이 오고 갔으며 소모적인 논쟁만 계속됐다. 원하는 대로 회의가 진행되지 않자 자리를 뜨는 대의원도 있었으며 예정된 시간이 다 됐다는 이유로 의견 개진 없이 바로 전부 표결해서 처리하자는 제안을 하는 대의원도 많았다.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심지어 대의원회 의장이라는 사람은 정관 개정안 중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조항이 있다는 이유로 “이건 표결할 가치가 없다”는 식의 말을 하며 넘기려 했고, 결국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고 단상에서 내려가는 촌극도 벌어졌다.

결국 밀린 결재 서류에 도장 찍듯 표결만 하다가 임총을 마무리했다.

아버지께서 그러셨다. 정치판은 어디든지 다 같다고. 그래도 의협은 조금이나마 다르기를 바랐다. 그러나 폭풍이 몰아치는 이 시국에 선배 의사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쓸데없는 싸움만 계속하는 모습을 보니 정나미가 떨어졌다.

같은 시각 의협 회관 앞마당에서 열린 규제 기요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에서 단결을 외치는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임총 상황과 대비돼 쓴웃음만 나왔다.

의대생인 내가 보기에도 의협은 힘이 없어 보인다. 각종 정부 정책에 밀리기만 하고 있고 국민들은 의사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의사들과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의협은 내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고인 물은 썩듯이 개혁 없이 정체돼 있는 집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실습을 돌며 교수들의 입을 통해 의협에 대한 불신과 대의원회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이면 의협에 대한 의사들의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의협 대의원들이 그 기득권을 지킬 수 있는 것도 의협에 대한 의사들의 지지가 유지될 때까지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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