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잘못” 의견 있지만 “모르고 맞았다”는 박태환 측 주장에도 갸우뚱


[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지난해 아시아게임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제재 위기에 놓인 수영선수 박태환 씨가 서울 중구의 T클리닉에서 근육강화제 성분이 포함된 남성호르몬 주사 ‘네비도’를 맞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박태환 씨 측에서는 의사가 네비도를 권유하면서 여러차례 금지약물 여부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도핑 테스트에서 문제되지 않는 약물임을 확인해줬다고 주장하고 있어 해당 의사에 대한 처벌이 유력해지고 있다.

이미 해당 병원 의사도 검찰 조사에서 금지약물임을 모르고 투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의료인이 특정 약물이 금지약물인지 모르고 박 씨에게 주사했을 리가 없으며, 박 씨도 금지약물인지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의사들의 의견이다.

네비도는 바이엘 코리아에서 판매하는 남성호르몬제로 남성의 일차성 및 이차성 성선기능저하증에 테스토스테론 대치 치료제로 사용된다.

그러나 네비도의 제품 주의사항 가장 상단에 이미 ‘이 약을 이용할 경우 도핑시험에 양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게재돼 있다.

더욱이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사이트에서 ‘네비도’를 검색하기만 해도 해당 약물이 금지약물이라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도핑방지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네비도를 검색한 결과, 금지약물 구분에서 ‘경기기간 중 금지’, ‘경기기간 외 금지’라고 붉은 색으로 표시돼 있었다.

네비도를 주사했을 경우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올 것이 분명한데 의사가 이를 박 씨에게 문제없다고 주사했을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의사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유명 운동선수의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라면 적어도 기본적인 약물 지식은 숙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의사는 “주사를 놓은 사람이 의사가 맞나. 남성호르몬이 도핑에 걸리는지 모르고 주사를 했다니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의사도 “제품 주의사항에 명백히 ‘도핑 테스트서 양성이 나올 수 있다‘고 했는데 의사가 몰랐다는 게 이상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 씨 측이 네비도가 금지약물인지 알고 맞았으면서 혐의를 의사에게 덮어씌우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의사는 “박태환을 치료할 정도면 스포츠에 정통할텐데 (금지약물인지)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박태환 측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고, 또 다른 의사도 “일반 병원에서 남성호르몬을 처방할 일이 있나. 거짓말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박 씨에게 네비도를 주사한 의사가 원장으로 있는 T클리닉은 서울의 유명 호텔 안에 위치한 의원으로 카이로프랙틱 외에도 에스테틱, 비만 관리, 푸드 테라피 안티에이징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클리닉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면서도 원장과의 통화를 요청하자 “원장과의 통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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