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25일 오후 5시경, 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가 한창이던 의협 회관 3층 회의실에 한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이 ‘난입’했다. 부산 지역 의사 회원인 것으로 알려진 이 남성은 “의사들이 다 죽게 생겼는데 여기 앉아서 뭐하고 있느냐”고 고함을 질러댔다. 술에 취해 있던 이 회원은 결국 의협 직원들에 의해 회의장 밖으로 쫓겨났지만 그의 말은 정곡을 찔렀다.

이날 의협 회관에서는 의료계 앞날을 좌우할 수도 있는 두 가지 사안을 두고 두 개의 행사가 열렸다. 의협 내부 개혁을 위한 정관 개정안을 상정해 논의한 임총과 정부의 규제 기요틴 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다. 하지만 모래알 같은 의사회 지도부의 모습만 드러냈을 뿐이다.

의협 내부 개혁을 위해 대통합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4개월 동안 논의한 끝에 혁신안이 담긴 정관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줄줄이 부결되고 대의원 직선제만 건졌다. 정관 개정안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회의 시간은 점점 길어져 오후 6시를 넘겨 끝났다.

임총이 길어지면서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는 썰렁하게 시작해야 했으며 끝날 때까지 의협 회관 앞마당 좌석은 채워지지 않았다.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를 통해 의사들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고 투쟁 동력을 끌어올리려는 계획은 그저 계획일 뿐이었다.

당초 이날은 임총 개최만 예정됐었다. 그러나 규제 기요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한 의협 집행부는 더 많은 의사 대표자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임총이 끝난 후로 궐기대회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두 곳으로 회원들이 갈리는 결과만 낳았다.

향후 대정부 투쟁을 이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도 의협 회장 선거와 맞물리면서 정치적인 해석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 구호처럼, 규제 기요틴 과제들이 추진되는 현 상황이 의약분업에 버금가는 위기라고 외치고만 있을 뿐이다.

임총 회의장 밖으로 끌려 나갔던 회원은 술에 취해 있었지만 의료계 지도부는 현재 정치싸움에 취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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