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올리기

[청년의사 신문 박기택] 최근 대체조제 논란이 또다시 의약계를 달구고 있다. 정부의 규제 기요틴 정책에 포함되고, 최동익 의원이 이를 장려하는 약사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확대되고 있다.


현재 제도적으로 의사나 치과의사가 허용치 않을 경우 약사의 대체조제는 불가능하다. 대체조제는 약사가 처방전에 적힌 의약품을 성분·함량·제형이 같은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다만, 대체조제 시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나 치과의사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통과한 약이라면 대체조제가 가능하나, 의사나 치과의사가 대체조제 불가 혹은 임상적 사유(환자의 병력 또는 적응증 등의 이유 때문에 등)를 구체적으로 적을 경우에는 또 제한된다.

약사들은 이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많은 이유를 들고 있지만, 요약하면 ‘불필요하게 비싼 약을 먹지 않아도 돼 환자나 정부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이다. 반면 의사들은 생동성시험을 통과한 약일지라도 그 효과가 똑같지 않을뿐더러(제네릭의 생동성시험 통과 기준은 대조약의 80~120% 범위), 환자의 순응도 등 치료 경과 및 결과 확인에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사들의 주장에 약사들은 제네릭을 못 믿겠다는 의사들이 현재도 제네릭을 많이 처방하고 있고, 정부의 의약품 허가관리시스템을 믿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의사와 제약사 간 리베이트 사슬을 끊을 수 있는 제도라고도 주장한다.

대체조제 활성화를 반대하는 의사도 찬성하는 약사도 이유는 “환자, 나아가 국민들을 위해서”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보자. 정말 국민을 위해서인가, 밥그릇 때문은 아닌가? 약사들의 주장대로 하면 정부와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줄고, 의사와 제약사 간 리베이트도 줄어들까. 일단 정부와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일정부분 감소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만일 환자에게 그 약물이 맞지 않다면 어찌할 텐가. 그런 환자는 극히 일부일 뿐이라고 자신할 수 있나? 극히 일부라면 그들은 고려대상에서 제외돼도 무관하나? 리베이트 문제도 마찬가지다. 약사들이 대체조제를 통해 편하게 약을 바꿀 수 있다면 제약사들은 당연히 약사들을 더 신경쓰는(?) 마케팅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약사들 중 리베이트를 받는 약사는 없을까? 역시 극히 일부에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라고 반박하겠지만, 의사들 역시 현재 리베이트는 극히 일부에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동익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약사법 개정안 또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최 의원은 ‘대체조제 시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나 치과의사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넣겠다는 복안인데, 심평원이 의료인인가? 예컨대 최 의원의 개정안이 통과돼, 약사가 심평원에게 통보 후 대체조제를 했다고 치자. 대체조제로 기존과 다른 약을 복용한 환자들 중 극히 일부(?)인 한 환자에게 심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전엔 없던 불편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환자는 의사에게 바뀐 약 복용 후 생기는 불편함을 호소했고, 의사는 다시 약사에게 원래대로 조제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약사는 법에서 규정한대로 심평원의 동의를 받고 조제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의사는 다시 심평원에 이야기를 해서 허락을 구해야 하나? 심평원이 의사의 선생님인가, 환자를 더 잘 아나? 심평원은 ‘심사·평가기관’이지 ‘의료기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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