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박성종] 지난 14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정부의 규제 기요틴에 대한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의대생 인턴기자 자격으로 처음 취재하는 자리였을 뿐아니라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한의계의 입장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여서 가기 전부터 마음이 설레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의협 김필건 회장은 엑스레이나 초음파 같은 몇 가지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 완화를 주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의사들이 모든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어처구니없는 주장으로 들렸다. 사실상 의료계와 전면전을 예고한 것이다.

기자는 이번 기자회견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돼 왔던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수면 위로 이끌어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그러나 한의협의 주장은 기존 한의사들의 주장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의계가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할수록 한의학의 과학성이 유명무실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한 한의협은 한의사들이 강조해 온 전통적인 한의학 그 자체를 완전히 뒤집는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의과대학에서 배운 의학은 크게, 환자를 진단하고 진단된 환자를 치료하는 두 가지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한의학도 아픈 사람을 진료하겠다는 점에서 의학과 공통적인 목표를 가지므로 그 구성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학문적인 체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진단과 치료라는, 의료행위 전반의 과정에 현대의학의 도구들을 사용하겠다는 것은 한의학 자체가 스스로 버티기에 한계에 도달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한의사들이 하는 의료행위 대부분을 현대의학으로 채우면서 이것이 한의학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동안 한의협이 주장하던 한의학의 과학성이 실은 의학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한의협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국민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줄이고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해 줄 수 있다는 그럴 듯한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에서 한의사들은 스스로 의학의 도움 없이는 한의학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를 오히려 인정했다. 그렇다면 정답은 이미 나왔다.

한의협이 말하는 좀 더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한의학적’ 진료를 위해서는 현대 의료기기의 사용보다 차라리 한약이나 침술 등 기본적인 한방기술의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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