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산도스 박수준 대표

[청년의사 신문 이정수] 국내 제네릭의약품 시장은 오래전부터 국내제약사만의 소유물로 여겨져 왔다. 일각에선 제네릭만큼은 국산 제품을 써주는 것이 의료진의 ‘애국심’이란 주장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렇듯 끈끈한 정(?)으로 뭉쳐있는 국내 시장을 몇몇 다국적제약사들은 이른바 ‘퀄리티 제네릭’을 앞세워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현재까지 노바티스 그룹의 자회사인 한국산도스를 비롯해 화이자 바이탈스, 근화제약을 인수한 알보젠, 라보라토리신파, 한독테바 등 유수의 다국적사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이 가운데 국내 제네릭의약품 시장에 일찍 진출한 한국산도스는 주력 분야인 정신신경용제 분야에서 최근 호흡기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함과 동시에 환인제약, 안국약품, 진양제약, 대웅제약 등 국내사와의 파트너십을 형성하며 성장을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산도스 박수준 대표(사진)를 만나 향후 비전과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박 대표는 1990년 한국화이자제약 영업사원으로 입사하면서 제약업계에 입문한 후 한국MSD와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을 거쳐 2012년 12월 한국산도스 대표로 취임했다.


Q. 1990년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대표까지 올랐다. 제약산업에 대한 철학이 궁금하다.

제약사는 환자가 양질의 의약품을 쉽게 복용할 수 있도록 적절한 가격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이는 산도스의 경영이념과도 맞았다. 현재 오리지널 브랜드가 국내 제약 시장에서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만, 산도스의 경영이념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영업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직업이고, 영업만큼 역동적인 직업도 없다고 생각한다. 업무시간이 자유로운 만큼 자기 통제가 가장 필요한데, 스스로를 잘 통제하면 다른 곳에서 일하게 되더라도 영업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영업 경험이 있는 직원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더 유연하고 열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때문에 한국산도스의 대표로 취임한 이후에는 영업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주로 채용했다.

Q. 실제로 다양한 제약사에서 쌓은 영업경험이 대표직 수행에 도움이 됐나.

영업 마케팅 경력으로 다져진 의료진과의 정서적 교감이 가장 도움이 됐다. 기본적으로 제품 도입 시 마켓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풍부한 영업경험은 고객과 마켓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된다. 특히 이전 직장 중에서는 다른 회사와의 협력이 활발했는데, 이러한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됐다. 경험이 없었더라면 몰랐을 것들이다. 컴플라이언스 통제가 용이한 자체 인력으로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경험을 통해 자체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영역에서 유력한 회사들과 협력해나가는 것들을 진행할 수 있었다.

Q. 취임 이후 이뤄진 다수 국내사와의 제휴는 그러한 경험에 의한 것인가.

그렇다. 대표로 부임한 후 제일 먼저 고민했던 것은 한국산도스의 제품군 범위가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산도스는 제품 포트폴리오가 넓지만, 각 국에 들일 때는 이 제품이 현재 시장경쟁력이 있는지 고민한다. 우리나라는 제품 도입 시 투자비용이 매우 큰 나라 중 하나인데, 이 때문에 도입한 제품이 이익을 낼 수 있을지, 다른 로컬기업과 협업했을 때 충분히 프로모션할 수 있을 정도의 원가구조가 될 수 있는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게 된다. 현재 환경에서 한 회사가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지만, 이를 극복하고 치료영역을 넓히면서도 더 전문화를 갖고자 했다. 이 때문에 직접 영업활동이 가능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제품을 필요로 하는 회사들과 전략적으로 연동했다. 예를 들어 안국약품은 국내사 중 호흡기 분야에서 입지를 갖췄지만, 디바이스 제품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었다. 이에 디바이스 제품으로 우리와 협력하게 됐다. 현재도 국내사 중 산도스와 전략적 제휴를 원하는 기업들이 여럿 있다. 이에 필요한 제품 포트폴리오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공유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Q. 반대로 MSD와 GSK로부터 오리지널의약품 판권을 인수하기도 했는데, 이유는.

환자에게 양질의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산도스의 경영철학이고, 이미 프로모션하고 있는 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더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하다면 도입할 수 있다. 이는 산도스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영역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Q. 그렇다면, 제네릭의약품 중심의 기조에서 벗어날 수도 있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산도스의 제네릭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기본적인 경영방향과 영업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일부 특정영역은 제네릭의약품이기 때문에 접근조차 불가능했다. 이는 대표 부임 후에 직원들로부터 들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이에 오리지널의약품을 도입하면 산도스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했고, 실제로 그것을 성사시켰다. 앞으로도 주요 골격은 산도스가 기존에 잘하고 있는 영역을 잘 지키되,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오리지널의약품도 추가하게 될 것이다. 만일 본사 QA Audit(품질보증 점검)을 통과하는 등 제품 품질이 확보된 제품이라면, 국내사 제품도 도입할 생각이 있다.


Q. 그렇지만 국내 제네릭의약품 시장은 유독 다국적사에게 장벽이 높다. 이미 엑스포지의 제네릭의약품인 ‘임프리다’를 통해서도 경험했을 듯한데.

분명히 국내 제네릭의약품 시장은 이미 국내사들이 많이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산도스가 가진 분명한 강점도 있다고 생각된다. 포트폴리오가 뛰어나고, 올해 출시된 ‘에어플루잘’과 같이 다른 회사에서 만든 오리지널의약품 대비 제형을 개선해 환자에게 더 높은 편익을 제공하는 제네릭의약품들이 있다. 국내 시장 환경을 고려했을 때, 벌써부터 벽에 부딪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히 임프리다는 엑스포지의 제네릭의약품 방어용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실 엑스포지의 다른 제네릭의약품들과 같은 시기에 출시됐다. 그보다는 엑스포지의 세컨 브랜드로서 산도스가 CV시장에 들어가는 중요한 교두보로써 임프리다를 출시한 것이다.

Q. CV시장은 유독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데, 주목한 이유가 있나.

CV의 경우 제약산업 중에서도 파이가 큰 영역 중 하나다. 사실 제약업계에서 처음 영업을 시작했던 분야가 CV분야였는데, 이 분야는 경쟁이 치열한 만큼, 매력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당연히 대표가 된 이후에도 CV시장에는 모험을 걸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수한 영업능력이 인정된 협력사와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Q. 협력사와의 판매제휴가 아닌 산도스만이 주력하고자 하는 분야도 있을 듯한데.

가장 중점적인 활동영역으로 가져가고 싶은 것은 CNS분야다. CNS 분야에서 의료진이 생각하는 산도스에 대한 이미지는 굉장히 좋다. 올해 호흡기, CV분야로 치료분야를 넓혀가고 있긴 하지만, CNS분야만큼은 산도스 자력으로 영업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사실은 CV분야도 욕심이 있지만, 현재는 병원만 산도스가 맡고 있고 의원은 진양제약이 맡고 있다.

Q. 레보다서방정 생동성시험 결과보고서 미제출로 인한 허가 취소, 설트랄린 자진 회수 조치 등을 겪었다. 제네릭의약품 공급사로서 이는 예민한 문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선 설트랄린 자진 회수조치는 위기가 좋은 기회로 변모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문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확신을 갖게 된 계기였다. 내부적으로 적절하게 대처했고, 가장 모범적인 답안이었다고 자신한다. 생산지로부터 철저하게 개선조치를 취하겠다는 보장도 받았다.

레보다 허가 취소건의 경우 퀄리티 있는 약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산도스의 철학과 관련이 있다. 부임했을 당시 레보다는 공급 개선이 필요했고, CNS영역이 제네릭의약품만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어려움도 있었다. 두 가지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시네메트 도입이었다. 이에 지난해 2월 부임하자마자 시네메트 도입을 제안했고, 레보다는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약이 됐다. 특히 올해 시네메트 판권을 인수 받은 후에 실적이 전년대비 2배 정도 개선돼, CNS분야에 대한 산도스의 입지가 입증되기도 했다.

Q. 2011년에 제네릭의약품 ‘산도스 프라미펙솔’에 대한 국내 임상시험을 최초로 진행한 바 있다.

프라미펙솔에 대한 임상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처음에 디자인할 때 환자들의 연구 기준이 너무 복잡하게 세팅됐던 탓에, 환자를 모으기가 어려웠다. 임상환자 모집이 늦어져 원래 주어진 시간보다 연장되고 있지만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하고 학회를 통해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Q.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제약사들의 관심이 높다. 산도스는 어떠한가.

바이오시밀러 분야는 산도스가 가야할 방향이며, 이미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휴미라나 엔브렐 등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위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도스에서도 앞으로 항암제와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산도스는 향후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글로벌 리더로서의 위치를 이어나갈 것이다.

Q. 다른 다국적제네릭사와는 어떤 차별화 전략이 있나.

현재로서는 다른 제네릭사들과 경쟁관계가 아니다. 다만 산도스의 강점이라고 한다면, 다른 제약사보다는 자사 개발제품이 많다는 점이다. 다국적제약사들도 국내 이외에서는 라이선스 제휴를 많이 하는데, 산도스는 90%가 자사 개발품이다. 산도스는 제품의 개발능력이 좋고, 그것을 도입할 수 있다는 데에 장점이 있다.

Q. 마지막으로 대표로서 꼭 이루고 싶은 비전은.

양질의 제품을 환자들에게 적절한 가격으로 제공함으로써 2018년까지 매출규모를 지금보다 3배 정도 증가한 1,000억원을 달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고, 직원과 함께 성장하고 만족하는 일터를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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