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청년의사 신문 최윤섭]

‘착용하는 컴퓨터’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사물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형태 컴퓨터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중에 가장 대표적인 활용 분야는 다름 아닌 헬스케어다. 하지만 헬스케어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커다란 기대에 비해 아직까지는 주류 시장에 진입할 정도의 성공까지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단순히 데이터를 잘 측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 건강을 개선하거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효용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웨어러블 기기는 병원·의료 서비스와 연계됨으로써 의료적 효용을 제공할 수도 있다. 애플의 플랫폼 헬스키트는 웨어러블 기기에서 측정된 건강·의료 데이터를 EMR을 통해 병원으로까지 연계함으로써 이 조건을 충족시키려 한다.

혹은 고도의 알고리즘을 통해서 개인 사용자에게 맞춤형 조언을 줄 수 있다. 미국의 웰톡이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의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개인 건강 기록, 활동량 측정계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맞춤형 조언을 주려고 시도하는 것이 사례이다. 보험과의 연계도 사용자에게 효용을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운동을 열심히 한 보험 가입자를 판단하여,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것이다. 애플은 이렇게 애플 워치와 보험사를 연계하는 서비스를 구상중이라는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같은 기술을 쓰더라도 무슨 상황에서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느냐에 따라 기술의 가치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오울렛’ 이라는 아기용 스마트 양말은 아기가 수면 중에 엎드린 자세가 되면 경고 메시지를 준다. 최근 한 캘리포니아의 병원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욕창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웨어러블 센서를 사용했다. 간단한 센서 활용으로 환자의 자세를 바꿔주는 프로토콜의 준수 비율이 64%에서 99%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사용과 행동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상당수 당뇨병 환자들이 측정을 싫어하는 이유는 너무 번거롭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가진 문제를 해결한다고 할지라도 좋은 사용자 경험이나 감정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성공적인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가져야 할 조건은 무수히 많다. 최근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유망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헬스케어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의 기회는 아직 있으나, 골든타임은 서서히 끝나 가는지도 모른다. 이 새로운 시대의 컴퓨터를 주도하는 주인공이 국내에서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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