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갑과 을의 권력관계로 가려져 있던 지도교수의 전공의 폭행과 폭언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논란이 뜨겁다. 그 동안 수련보다 대학병원의 값 싼 노동력으로 이용되며 침묵으로 일관해 온 전공의들이 울분을 터뜨리며 수련병원에 레드카드를 들고 일어선 것이다.

최근 본지 보도([단독]A대학병원 전공의들, 모 교수 폭언·폭행 못참겠다 탄원)로 알려진 계명대 동산의료원 신경외과 전공의들의 상태는 그간 침묵해 온 시간 만큼 곪을 대로 곪아 심각했다. 특히 가해 지도교수가 전공의들에게 폭행과 폭언은 물론 의무기록 조작까지 지시해 온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신경외과 전공의들이 제출한 탄원서에 따르면 문제의 교수는 병동이나 수술실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공의들의 멱살을 잡거나 주먹으로 때리고 정강이를 발로 걷어차는 등의 폭행을 일삼았다. 뿐만 아니라 ‘모자란 XX, 개XX, 너 같은 건 없어도 된다’ 등 욕설을 퍼부었다.

근무 중 전공의가 실수를 하면 100시간 이상 연속 근무를 세우기도 했다고 한다.

더욱 충격적인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전공의들의 탄원서가 공개되면서 계명대와 동산의료원, 가해 지도교수가 보인 반응은 전공의들의 마음을 시퍼렇게 멍들게 했다. 전공의들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해놓고 본지와 인터뷰에서는 “상당한 배후 세력이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피해 전공의들에게 2차 피해를 가중시켰다.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책임이 있는 계명대와 동산의료원은 피해 전공의들을 방치해 둔 채 회유와 압박을 벌이고 있다는 전공의들의 울분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탄원서에 이어 전공의들은 지난 3일 호소문을 통해 “계명대 조사위원회는 ‘탄원서 작성은 누가 했느냐’, ‘너희를 부추긴 사람들이 따로 있느냐’며 정체 없는 음모론과 주동자 색출에만 정체된 채 표류하고 있다”며 “자격미달 교수들에 대해 공정하고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제식 수련으로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고 위계질서가 강해지면서 전공의들은 부당함에도 그저 참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이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왜곡된 의사사회 문제 때문이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신경외과 전공의들이 이번 일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계명대와 동산의료원은 가해자 진상조사에 적극 나서야 한다.

최근 의료계 내에서는 소통을 바탕으로 한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나 땐 더했다’며 치부해 버릴 게 아니라 묵은 관습을 새롭게 한다는 혁신의 의미처럼 의료계 관행처럼 굳어져 버린 전공의 폭언·폭행 문제를 이번 기회에 바로 잡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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