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 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흉부외과 의사들이 스텐트 시술에 비해 관상동맥우회로술(CABG)이 치료 효과적인 면에서 오히려 우월하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내세우며 반격에 나섰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산하 관상동맥연구회는 지난 28일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에서 열린 연례 컨퍼런스에서 구체적인 연구 데이터를 토대로 그 동안 심장학회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흉부외과 의사들은 SYNTAX 연구 결과를 들어 관상동맥우회로술이 스텐트 시술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SYNTAX 연구 결과에 따르면 허혈성심장질환에서 스텐트 시술의 경우 사망률이 14.6%인데 비해 관상동맥우회로술은 9.2%였으며, 수술이나 시술 후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비율도 스텐트 시술은 10.5%, 관상동맥우회로술은 3.3%였다.

향후 재수술을 받게 되는 경우도 스텐트 시술은 25.4%, 관상동맥우회로술은 12.5%인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서울의대 흉부외과 김기봉 교수는 “SYNTAX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텐트 시술과 관상동맥우회로술 5년 경과에서 MACCE(사망, 심근경색증, 뇌졸중, 반복 재형성술)의 경우 스텐트 시술 그룹이 12% 더 높은 반면 생존율은 우회로술이 5%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는 우회로술이 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더욱이 (우회로)수술이 생존율을 5% 더 높여주고 재형성술 빈도도 낮다면 환자들은 수술을 더 선호할 텐데 현재 선택권이 없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에서도 심장팀 협진을 추천한다”면서 “이는 외과의사 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가들이 모여 환자에게 좋은 결정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흉부외과 수술이 스텐트 시술에 비해 비용대비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심장내과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심장학회는 스텐트 시술 시 환자 부담 비용은 약 150만~200만원이며 입원기간은 2~3일 내로 회복이 빠른 반면 흉부외과 수술은 환자 부담이 700만원 정도로 높고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입원 기간이 20여일 정도 되므로 비용대비 효과는 스텐트 시술이 높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주의대 흉부외과 임상현 교수는 “관상동맥 수술 입원기간은 통상 7~8일이고 비용 부분에서도 스텐트 시술 시 비보험 카테터 및 혈관 내 초음파 등 비급여 항목이 많아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며 “결국 비급여 항목을 포함하면 400만~500만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스텐트 시술은 시행 1년 이내 재시술률이 통상 15% 정도인 반면 관상동맥은 1년 이내 재시술률이 5% 이하”라며 “1년 이내 다시 해야 한다는 누적 비용을 고려하면 수술비용보다 스텐트 시술 비용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심장내과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는 것은 물론 일방적으로 치료방법을 선택하고 있어 오히려 환자의 선택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상현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된 스텐트 시술 시행 집계를 들어 한 해 동안 관상동맥우회로술보다 23배 더 많이 시행됐다고 설명했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는 약 5만4,000명으로 6만9,000례가 시행된 반면 관상동맥우회로술은 3,000례에 불과했다.

임 교수는 “관상동맥우회로술은 100% 심장내과 의사가 의뢰할 때만 할 수 있다. 어떤 환자가 왔는지조차 알 수 없는 구조다”라며 “스텐트 시술과 관상동맥우회로술 비율만 봐도 캐나다는 2~3.5대 1이고, 국제 평균이 3.7대 1인 점을 비춰보면 우리나라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때문에 환자들에게 치료방법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제공돼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의료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게 흉부외과의 주장이다.

차의과학대 문병주 교수는 “한국에 있는 심장병 환자들이 솔직히 참 불쌍하다”며 “심장내과 의사들을 탓하는 게 아니라 의사들은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고 제 때 치료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게 의사로서 창피하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8개월 전 한국 환자들을 돌보고 싶어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왔는데 이런 상황을 보니 안타깝다”면서 “환자를 위해 내과든 외과든 정확한 정보를 제 때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했다.

선경 이사장(고려의대)은 “우리나라 스텐트 시술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환자가 어느 것을 선택 할지 설명이 돼야 하고 선택은 환자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협진은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더욱이 협진은 심장내과 의사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선 이사장은 “앞으로 6개월 동안 양 쪽 의견을 실어 고시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며 “복지부는 물론 심평원의 중재 하에 공개 토론회를 열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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