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환자안전·편의증진에 도움”…“준비 잘 한 병원은 어쩌라는 건가” 원성도

[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전화나 홈페이지를 통한 진료예약 시 금지됐던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건강보험 자격확인이나 건강검진 일정 확인 등에 한해 허용되자 주민번호를 그대로 수집하던 병원들과 시스템을 고친 병원들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행정자치부는 지난 28일 주민번호 수집과 이용이 허용되는 예외의 조항에 ▲전화인터넷 등을 이용한 진료검사 예약 시 건강보험 가입 여부와 ▲건강검진 대상 여부 등 일정 사항 확인이 필요한 경우 등을 포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진료예약 시 주민번호 수집 금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해 오던 병원들은 이번 정부의 발표가 일제히 환자 편의와 안전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병원들은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됐지만 6개월 간 제도 시행을 유예하기로 하자 대부분 주민번호를 수집해왔다.

A대학병원 원무부장은 “건강보험 자격 조회를 할 수 없어 환자들에게 정확한 안내를 하기 어려웠다”며 “이번에 복지부와 행자부가 합의해 환자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여전히 인터넷 예약 등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개인정보보호 강화에 대해서는 내주 관련 부서들이 모여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B대학병원 원무파트장도 “복지부와 행자부 등 정부가 시행했던 정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바뀌는 게 처음이 아닌가 싶다”라며 “이전의 규제보다는 훨씬 완화된 부분이 있다”고 평했다.

다만, 그는 정부가 ‘병원 내 단순예약(시간약속)을 위한 주민번호 수집은 현행과 같이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고 단서를 단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단순예약이라는 범위가 포괄적이기 때문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단순예약에 대해 판단하는 주체도 명시돼 있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주민번호 수집 원천금지에 대해 의료기관에서의 예외적용을 주장해온 대한병원협회도 이번 정부의 기준완화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병협 관계자는 “진료예약시 개인정보보호법 기준이 완화돼 매우 다행이다”라며 “협회는 대환영이며 개별 병원에서도 함께 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민번호 수집을 하지 않고 진료예약이 가능하도록 성실히 준비해온 병원에서는 정부의 기준 완화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C대학병원의 경우 제도 시행과 함께 고객지원센터 등에서 주민번호 수집을 하지 않은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는데, 이번 정부의 기준 완화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C대학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도대체 뭐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기준을 바꿔버리면 앞으로 정부에서 하자는 일을 어떻게 믿고 따라 가겠는가”라며 “몇 년 시행 후 바꾸는 것도 아니고 정책을 바로 바꾸니 담당자로서 매우 실망스러울 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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