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으로 26일 타계…의학용어 정립과 병리학 개척에 기여

[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우리나라 의학의 큰 별이 떨어졌다. 의학역사의 큰 획을 그은 서울의대 지제근 명예교수가 지난 26일 오전 11시 타계했다.


지 명예교수는 투병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분쉬의학상 운영위원장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등 한국 의료를 위해 열정을 쏟아 부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 명예교수는 지난 1962년 서울의대 졸업 후 석박사를 수료하고 서울의대 전임강사가 된 직후인 1970년 의학 불모지였던 한국을 떠나 미국행을 택했다. 한국의 병리학을 위해 일생동안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도 이 때다.

이후 1973년 신경병리학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거쳐 1975년 미국 해부병리학 전문의 및 신경병리학 전문의를 마쳤으며, 1년간 하버드의대에서 신경병리학 전임강사로 재직하던 중 우리나라 병리학과 모교 발전에 기여하고자 서울의대 조교수로 돌아왔다.

우리나라 신경병리학 시대를 연 지 명예교수는 신경병리학 초석을 구축하고 발전시킨 동시에 소아병리학 분야 정립에도 헌신한 인물로 손꼽힌다.

1985년 서울대소아병원 소아병리과 책임자로 후학들의 교육과 연구 자료를 수집·분석하는데 박차를 가했고, 국내에서 수집한 연구 자료만으로 배아 및 태아의 형태발달(1989)’, ‘Sequential Atlas of Human Development(1992)’, 'Atlas of Human Embryo and Fetus(2001)’ 등 인체 발생에 관련된 저서를 출간했다.

또 후학 양성에도 열의를 쏟았다. 대한병리학회 산하 신경병리연구회(1994년)와 소아병리연구회(2002년)를 구성해 후학들에게 지식교류의 무대를 제공하는 동시에 국내 의대 신경병리학 강의는 물론 신경외과, 신경과, 소아과의 임상 의사들의 신경병리학 교육을 도맡아 하기도 했다.

지난 2005년부터 약 10년간 ‘신경해부학’을 주제로 복잡한 뇌신경계 기초이론부터 임상경험을 총망라한 강좌 프로그램을 기획해 강의했고, 참여한 학생 수만 3,000여명에 이를 정도다.

더불어 우리말 의학용어와 과학기술용어에 관심을 갖고 장기간 용어개발과 표준화를 위해 노력하였으며, 과학기술용어집,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집 등의 발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에 2006년 ‘의학용어 큰사전’을 출간했다.

이 같이 한국의학 발전에 노력과 헌신한 결과 지 명예교수가 발표한 논문은 현재까지 1,200여편(SCI 논문 850편)에 달한다. 또 의학발전과 질병분류 등 국가사업에 적극 참여한 공로로 2011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서훈 받기도 했다.

학술적인 성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의학 발전을 위한 대외활동에도 열정을 쏟았다.

대한병리학회장을 비롯해 대한의학유전학회장, 대한의사학회 이사장을 역임한 것은 물론 제17대 대한의학회장, 의학 석학단체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 초대회장으로 헌신했다.

의학회 김동익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계와 의학계에 남긴 고인의 큰 발자취는 후학들이 두고두고 되새겨 볼만한 큰 가르침과 교훈을 남겼다”며 “오늘 우리는 의학계의 큰 보배를 잃었다”고 애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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