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김선홍] 의료생활협동조합이지만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곳을 최근 잇따라 방문했다.

한 곳은 미용성형 등 비급여 진료를 위주로 하고 있었고, 다른 한 곳은 지난 20년간 ‘모범 의료생협’으로 꼽혀 온 곳이었다.

의료생협 자체가 생소했던 기자의 관심을 끌었던 건 ‘나쁜 의료생협’이었다. 인터넷으로 미용성형 광고를 하고 있는 한 의료생협을 직접 찾아가보니 상담 코디네이터까지 두고 일반인을 상대로 비급여 진료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료생협에 대해 좋지 않은 생각을 가진 상태에서 찾은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안성의료생협)은 달랐다. ‘이 사람들 참 억울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안성의료생협은 설립된 20년 간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항상 적자란다. 누구하나 금전적 이익을 보겠다고 흑자 경영을 외치지도 않고, 적게 나마 이익이 생기면 다시 조합원들을 위해 쓴다고 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어렵사리 만들어 온 공동체였다.

그렇게 운영해온 의료생협의 이름에 최근에는 나쁜 수식어들이 잔뜩 붙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취재를 하면서 느낀 점은 의료생협의 좋은 예와 나쁜 예를 구별하기가 ‘참 쉽다’는 것이다.

한번 찾아가봤을 뿐이지만, 그 차이는 확연했다. 눈으로 보면 알 수 있는데도 지금처럼 나쁜 의료생협들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날 수 있게 된 건 왜일까.

불순한 의도를 갖고 의료생협을 만든 사람들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그들을 제대로 거르지 못한 정부의 탓이 크다. 의료생협을 인가해주면서 일일이 현장 방문을 할 수는 없겠지만 비조합원 진료를 50%로 확대하는 등 문호를 개방했으면 그만큼 ‘검증’도 강화해야 할 것 아닌가.

최근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가 의료생협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혀 그나마 다행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에라도 썩은 뿌리는 뽑고 다시 질 좋은 씨앗을 뿌린다면, 가까운 미래엔 나쁜 의료생협이 발 디딜 곳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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