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공단, 의료생협 인가 및 개설 담당 전국 공무원 대상 교육 실시12월 ‘의료생협 실태 조사 결과’ 나오면 제도 개선에 박차

[청년의사 신문 김선홍] 사무장병원의 온상으로 지적되고 있는 ‘의료생활협동조합’의 설립뿐만 아니라 관리·감독까지 보건복지부가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단 지하 대강당에서 의료협동조합 인가 및 의료기관 개설을 담당하는 공무원 260여명을 대상으로 개설 의료기관 관리와 보건복지부 정책 방향에 대해 교육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곽순헌 과장은 “의료생협 중에는 본연의 뜻처럼 지역 주민들의 건강 주치의 역할을 하는 등 바람직한 기관도 많지만 유사의료생협이나 사무장병원 등의 통로로 이용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의료생협을)합법적인 사무장병원의 한 형태로까지 인식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곽 과장은 “사무장병원과 관련된 단속 업무를 복지부가 주체적으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공단 실사에서 부수적으로 적발하던 것을, 이제 보건의료정책국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단속에 나선다는 뜻”이라며 “지난 9월에 경찰청과 합동해서 적발한 것이 56건, 1,160억 정도에 이른다. 후속으로 의료생협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미용성형, 혈액투석 쪽에 유사생협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공정거래위원회와도 협력해 이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곽 과장은 “의료생협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이기는 하지만, 사무장병원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는 경우 복지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와도 협의해 나가고 있다”며 “의료생협이 제도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1994년 안성의료생협을 시작으로 인천평화의료생협 등 지역 사회 기반의 건전한 의료 생협을 국내에 육성해온 인하의대 임종한 교수(한국의료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는 “현재의 유사의료생협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데는 인가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곪아터져 나오는 것”이라며 “오늘과 같은 이런 형태의 시도들을 조금 더 일찍했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지역 사회를 위해 건강한 의료생협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임 교수는 “의료생협은 돈을 벌기 위해서 운영되는 기관이 아니다.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겠다는 뜻으로 주민들에 의해 설립되고 운영되는 기관이다. 그래서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구조”라며 “때문에 직접 실사를 한번이라도 나가보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유사의료생협과는 활동이 다르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임 교수는 의료생협과 불법 사무장병원과의 차이점을 ▲병원에 가도 의료생협이라는 표식 자체도 찾아보기 힘들고 ▲주민 소모임 등 조합원 활동에 대한 공지가 없는 경우 ▲창립총회 이후 총회 미개최 ▲조합원 인원이 늘어나지 않는 경우 등으로 꼽았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의사가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하지만 돈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의료생협을 이용해서 의료기관을 만들려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동안은 공무원들이 현장에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서류를 대충 꾸려 넣어도 형식만 맞으면 개설이 됐다. 그러나 실제로 확인해보면 굉장히 황당한 경우도 많다”며 “생협에 대한 관리 감독은 공정위에서, 의료기관 관리는 복지부 소관이다보니 유사의료생협이 엉뚱한 짓을 할 수 있었다. 이제는 관리감독기관을 복지부로 일원화하고, 공단은 관리 감독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교수는 “이대로 가다간 공단의 대규모 적자도 불가피하다"면서 "유사의료생협 관리도 시급하지만 옥석을 가리고 건강한 의료생협에 대해서는 사기를 진작시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사회적협동조합 의료기관 개설과 개설 시 검토사항에 대해 발표한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유운용 주무관은 “공단이 진행 중인 전국 의료생협 실태 관련 전수 조사 결과를 오는 12월 중 발표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 주무관은 “복지부는 공단에 의료생협 조사 권한을 위임, 의료생협TFT를 꾸리고 현재 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중”이라면서 “현재 복지부 주관으로 공단 조사관들이 1주일에 하나씩 의료생협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해나가고 있다. 실태 조사 내용들을 바탕으로 관련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에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김용석 수사관도 참석했다. 그는 의료 생협 등 비영리법인을 이용해 의료기관을 개설해 영리를 취한 사무장병원의 수사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김 수사관은 “기존에 사무장병원을 운영해 구속됐던 사람이 3개월만에 생협법을 이용해 불법적인 의료기관을 개설해 잡혀 왔었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완전히 ‘누워서 떡먹기’였다고 하더라”며 “그만큼 형식적 요건만 맞으면, 더 불법적으로 설립하기가 편했다는 거다. 사무장병원은 진화하고 있다. 의료기관 개설을 위해 의사를 고용하던 방식은 이미 구태의연한 것이 됐고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게 법인형 사무장병원이다. 그리고 그 위에 단계가 의료생협 병원이라고 우리(검찰)는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생협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의해 근거해 300명의 조합원, 출자금 3000만원의 생협 설립요건을 갖추면 지방자치단체장의 승인을 얻어 설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비의료인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게 되면서 사무장병원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2010년 9월 생협법 개정으로 제46조에 사실상 '100분의 50의 범위에서 비조합원에 대해서도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2011년도부터는 의료생협 설립이 급증, 2009년에 108개였던 의료생협은 현재 4배 가량 증가해 383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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