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side&人sight] 허내과의원 허갑범 원장

[청년의사 신문 이혜선] 최근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만성질환자들이 늘고 있다. 만성질환은 생활 속에서 운동이나 식사조절 등 생활습관을 바꾸고, 약물요법으로 꾸준히 관리하는 게 관건이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뇌심혈관계 질환이나 만성신부전 등 합병증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자들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복약순응도는 중요하다.

문제는 대부분의 만성질환자들이 복용해야 하는 약물이 5~10개나 될만큼 많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복용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아 일선 진료현장에서도 골칫거리다. 이를 해결해주는 게 바로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합친 복합제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냈고 연세의대 명예교수인 허갑범 원장(허내과의원)을 만나 실제 진료현장에서 복합질환 동반환자에게 복합제가 어떻게 유용한지에 대해 들어봤다.

- 최근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자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고혈압 환자 중 당뇨 또는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환자의 비율도 늘고 있다. 실제 진료현장에서도 이를 느끼는지.

통계에 따르면,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50%가 고혈압을 함께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실제로 진료현장에서 환자를 봐도 조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 왜 이렇게 동반질환자가 늘어나는 것인가.

복부비만과 인슐린저항성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강조되는 게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과 약물 치료이다. 의사와 환자가 반반씩 치료에 참여하는 셈이다. 생활습관은 환자가 더 집중해야 하고 약물치료는 의사의 영역이다.

- 동반질환자의 경우 복용해야 하는 약물의 개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약물의 개수가 치료에 미치는 영향은 없나.

당연히 있다. 될 수 있으면 환자 입장에서는 약을 적게 먹고 병을 관리하길 원한다.

만성질환 환자들은 고령이면서 동반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적게는 5개에서 많게는 10개까지 약물 개수가 늘어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약을 먹는 것 자체가 환자에게 고역이다. 하루 종일 약만 먹을 수 없지 않나. 또 ‘내 병이 얼마나 위중하기에 이렇게 많은 약을 먹어야 하느냐’는 생각을 하며 약을 먹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나이가 있어 약 먹는 것을 깜박잊는 경우도 많다. 한마디로 복약순응도가 낮아진다.

-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나.

될 수 있으면 약물 개수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복합제를 처방하거나 하루에 한 번만 복용해도 되는 약 위주로 처방을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복약순응도가 좋다는 것은 곧 치료효과가 좋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 복합제 이야기가 나왔는데, 최근에는 2제를 넘어 고혈압치료제인 세비카HCT처럼 3제가 복합된 제품들도 나왔다. 복합제를 처방할 때 이점은 무엇인가.

한 가지 약물로 목표치료효과에 도달하지 못하면 두 가지를 쓰고, 그래도 안되면 세 가지를 사용하는 게 약물치료의 순서다. 복합제는 용량이 고정돼 있어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용량이 나오고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순응도, 편의성,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 나온 게 복합제인만큼 필요하다면 사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 말씀하신대로 고혈압치료에서 복약순응도를 높이는 복합제 처방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 개개인에게 맞춰 개별 단일제로 세밀하게 용량을 조절하는 게 치료효과 면에서 더 좋지 않은가.

물론 과거에는 복합제란 게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용량을 조절해서 썼다. 그러나 조절해야 하는 용량이 복합제와 같다면 복합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

그런 면에서 3제 요법이 나온 것은 이런 용량이 필요한 환자나 의사 입장에서 좋은 일이다.

- 복합제가 치료에 꼭 필요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많은 복용하는 것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약물을 통해 효과적으로 질환을 치료하고 있지만, 만성질환의 특성 상 복용해야 하는 약물 개수가 많다. 여기에 동반질환이 여럿 있다면 최소한 5개 이상의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약물 개수가 증가할수록 환자들의 복약순응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치료효과도 떨어진다. 그래서 최근에는 만성질환자들의 약물 개수를 줄여주는 게 중요해지고 있다. 앞으로 약물치료는 환자편의성을 중시하는 복합제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것이다. 또한 약물 개발 방향도 복합제를 개발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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