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C 2014에서 소개된 인공지능 컴퓨터 시스템 왓슨(Watson)을 해부하다


[청년의사 신문 양광모]

왓슨(Watson)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자연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다. 초대 IBM 회장 토머스 J. 왓슨에서 이름을 따온 것에서 알 수 있듯, 왓슨은 IBM을 상징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의 MD 앤더슨 암 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는 왓슨을 사용해 암을 정복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민간 의료보험회사인 웰포인트는 왓슨을 컨설턴트로 고용하기도 했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 왓슨을 사용하는 것일까? 한국IBM 연구소 이강윤 소장이 KHC 2014에서 그 답을 발표했기에 정리해봤다.

IBM 왓슨은 인공지능 컴퓨터의 대명사라고 할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왓슨이 보건의료분야에 이용되고도 있어 관심이 높아졌다. 오늘 내가 맡은 강연은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이 보건의료분야에 어떻게 사용될 것이냐에 대해서다.

디지털 혁신의 배경

왓슨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IT의 큰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오늘날 전세계 데이터 중 90%는 최근 2년간 생성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여기에 일조한 것이 의학정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의료에 있었던 큰 변화 중 하나는 종이차트가 전산화된 것이다. 이런 식의 자료가 상당히 많이 쌓여 있고 우리는 이것을 빅데이터로 부른다.

현재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인구는 2014년 기준으로 10억명이다. 이런 모바일 환경으로 인해 폭발한 것이 소셜(Social)이다. 많은 병원에서 ‘환자 중심’이란 말을 하는데 이를 IT 분야에 적용하면 소셜 중심이라는 말도 된다. 이제 고객들은 SNS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

또 중요한 IT의 변화로 클라우드가 있다. 지금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정보를 저장하는 공간으로 클라우드가 쓰인다. 클라우드는 과거 서버를 구입해 사용하던 것을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게 바꿨다. 어떻게 보면 소비행태를 바꾼 것이다. 과거 IBM은 하드웨어를 파는 회사였지만 지금은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로 바뀐 것과 비슷하다.

IBM이 기업 CEO 4천명을 대상으로 ‘앞으로 IT에서 무엇이 중요하냐’고 설문조사를 해보니 ‘고객이 중요하다’는 답변을 얻었다. 또 ‘향후 여러분의 경쟁자들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으니 ‘나와 같은 산업의 종사자가 아닌 다른 분야일 것’이란 답이 나왔다. 이런 통찰을 병원에 적용해보면 앞으로는 ‘환자’가 중요하고 여러분의 경쟁자는 다른 병원이 아닌 ‘애플’이나 ‘통신사’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산업의 영역 파괴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새로운 디지털 혁신이 가져올 헬스케어 산업의 변화는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정확성 및 품질 향상이 가능해질 것이다. 여기에 오늘 소개할 왓슨이 들어갈 것이다. 둘째, 소비자 중심 서비스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 병원에 환아가 직접 찾아오지 않더라도 의료진과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릴 것이다. 셋째, 사업운영 모델 혁신이 가속화 될 것이다. 대표적으로 환자들이 만든 ‘Patients Like Me’와 같은 서비스가 있다. 환자들이 만든 이 서비스는 자신들이 주체적으로 임상연구에 뛰어들어 연구성과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제약사로부터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비용도 받는다.

왓슨, 어떻게 만들어졌나?

1940년대 개발된 초창기 컴퓨터는 회사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다. 그러다가 근래에 와서야 개인이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현재의 컴퓨터가 보편화됐다. 여기에 퍼스널 컴퓨터가 보편화되고 웹 환경이 확장해 나가면서 이용 인구가 크게 성장했다. 최근 들어서는 스마트 기기의 보급으로 소셜, 클라우드, 빅데이터와 분석이 큰 화두가 됐다. 그 다음은 뭘까. 바로 인지컴퓨팅 시스템(Cognitive System)이다.

인지컴퓨팅 시스템이란 인간의 뇌를 닮은 기술이다. 추론하고, 학습하고 정확한 근거를 댈 수 있는 컴퓨팅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과 달리 망각하는 일이 없다. 지금까지 병원정보시스템은 우리병원과 다른 경쟁병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이 인지컴퓨팅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또 같은 인지컴퓨팅 시스템을 사용하더라도 논리 교육을 통해 어떻게 학습시키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IBM 왓슨은 현재 인지컴퓨팅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왓슨이 세상에 공개된 것은 우리나라 장학퀴즈와 비슷한 퀴즈 쇼인 미국의 ‘제파디’에서다. 2011년에 벌어진 이 경쟁에서 왓슨이 우승함으로 전세계 뉴스에 소개됐다. 현재 왓슨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서비스가 가능해졌고, 과거보다 24배 더 빨라지고 2,400% 성능이 향상됐다. 심지어 과거에 비해 90% 크기가 더 작아졌다.

왓슨에 대한 연구는 2006년부터 시작했지만 2011년 IBM 창립 100주년때 공개해서 본격적인 상업화를 하기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보건의료분야에 적용하고 있으며 의사결정시스템(CDSS)과 비슷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했다. MD 앤더슨과 MSK(Memorial Sloan-Kettering) 암센터가 현재 그렇게 사용하고 있다. 또 웰포인트라는 미국 최대의 민간보험회사에서도 왓슨을 이용해 보험금 지급 기준을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왓슨의 특징을 보면 구조화된 자료뿐 아니라 자연어로 기록된 구조화되지 않은 자료도 인식한다. 이 근거를 가지고 가설을 만들고 이를 검증해서 답을 할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선택과 응답에 기반을 두어 계속 학습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더 정확히는 인지학습 시스템을 통해 우리 인간이 인식하고 추론하는 것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학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검색엔진과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 컴퓨터와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쉽게 설명하자면 검색엔진은 핵심어가 있는 문서를 찾도록 사용자가 2~3개의 키워드를 넣으면 대중 인기도를 기준으로 문서를 뿌려주는 것이다. 결국에는 사용자가 이들 문서를 읽고 답변을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왓슨은 사용자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 질문을 하면, 이를 이해해 가능한 답변과 근거를 생성해 분석할 분만 아니라 신뢰도까지 계산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근거와 함께 신뢰도를 포함한 답변을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그러면 사용자는 이 답변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다.

왓슨을 헬스케어에 접목시키면

보건의료분야에서 왓슨을 사용할 경우 현재 엄청난 텍스트 자료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왓슨이 엄청난 양의 논문을 검토해서 그 결과를 임상에 적용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MD 앤더슨은 8대 암을 정복하겠다고 공언했다. 유전체 의학과 신약개발에도 왓슨이 유용할 수 있다. 유전체 연구를 검토해서 해당 유전자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해석해줄 수 있는 것이다. 또 특정 유전자에 이상이 있을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약제 개발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미 뉴욕게놈센터(New York Genome Center)와 이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다.

왓슨은 아직 한계가 뚜렷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한글에 대한 분석 능력은 검증이 안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연구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왓슨이 좀 더 나은 치료법을 찾아주는 솔루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강연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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