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양의 유전체정보와 맞춤의학


[청년의사 신문 박웅양]

바야흐로 유전체 천 달러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백만원 정도를 지불하면 나의 유전정보를 모두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불과 6년 전에 제임스 왓슨 박사가 30억원을 들여서 자신의 전체전장유전체(Whole genome sequence)를 분석한 것과 비교하면, 2천분의 1이하의 비용만으로 분석이 가능해졌다. 2년이나 걸렸던 시간도 불과 2주일로 줄어들었다.

이 정도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유전정보를 분석해 보고 싶은 동기가 충분히 생길 수 있다. 더구나 비용과 시간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자기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해서 갖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유전체정보를 분석하면 내가 걸릴 수 있는 모든 질병에 대해 알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아직은 아니다. 현재는 염기서열에 있어 나만의 특징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쉽게 말해 유전체정보를 분석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없는 나만의 염기서열의 ‘특성’을 알려주는 것이 전부다. 그나마 이것도 유전체 분석이 제대로 이뤄졌을 때 이야기다.

유전체 분석의 결과, 다시 말해 염기서열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 연구목적으로 염기서열 정보를 분석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러한 결과를 임상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실제 진단에 사용하기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뜻이다.

임상적인 의미가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비단 유전체 정보뿐 아니라 질환발생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또 이를 바탕으로 정확도, 재현성에 대한 분석체계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개발이 질 관리를 위해 필요하다.

의학논문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보면 수십년간 인체질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유전적 특성에 대해 발표한 논문이 30여만편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최근에는 질환과 관련된 염기서열의 특성에 대한 새로운 논문들이 매년 수천편씩 발표되고 있다.

지금 유전체 분석결과를 정확하게 알려주기 위해서는 이 30여만편의 논문 중에서 과학적으로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골라내야 한다. 질환과 관련된 정보일 경우에는 임상적으로 검증된 논문 중,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논문을 쉽게 검색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더 나아가서는 백과사전 검색하듯, 각 돌연변이에 대한 주석을 붙이고 이를 망라한 별도의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필요하다. 일반적인 유전체 지식을 가지고 있는 개인들에게 제공하도록 이해하기 쉬운 해석이 덧붙여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유전체를 연구하는 기관과 연구자들도 분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최근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유전체분석 결과를 보면, 연구자들은 2만여명에 대해 유전체 분석을 수행한 결과 NPC1L1 유전자의 변이가 관상동맥질환 감수성을 대변하는 표지자로 유용하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실제 이러한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집단의 0.04%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 이 정보가 도움이 되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이처럼 유용한 정보는 수만명을 분석해야 겨우 얻을 수 있다. 결국 충분한 수의 환자와 대조군이 확보되어야 정확한 질환이나 치료반응에 대한 해석을 할 수 있다. 유전체 분석을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연구 디자인 등 기술적 보완이 더욱 필요하다.

전장유전체정보 분석은 환자보다 건강한 개인에게 유용하다는 의견이 많다. 병에 이환되기 전의 상태에서 질병에 대한 감수성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인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 정확도가 높은 생명 정보 분석기술들의 개발과 함께 임상적 가이드라인과 유용성에 대한 검토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은 유전체 분석 기술이 아니라 유전체 정보의 의미를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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