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내과 전공의 모집이 쉽지 않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지원자가 줄더니, 급기야 올해부터는 미달 병원이 속출하고 있다. 몇몇 지방병원들은 지원자가 아예 없다. 의학의 메이저 4개 과목 중에서도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내과에서 이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지원자가 급감하니 내과 1년차 전공의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여차하면 1년차 기간이 연장될 판국이니 이해가 된다. 일부 병원에서는 4년차가 1년차의 일도 함께 하고 있다지만, 일부 병원의 1년차 근무 환경은 한계를 넘고 있다. 그리하여 내과 1년차들은 수련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불사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과거와 달리 초음파나 내시경과 같은 술기를 배우려면 전임의 과정까지 해야 해서 사실상 수련기간이 길어졌다. 둘째, 내과 전문의가 되더라도 개원은 물론이고 취직자리 찾기도 쉽지 않다. 셋째, 최근 정부의 정책이 외과 중심으로 중증도 보상을 해, 상대적으로 내과의 매력이 떨어졌다. 넷째, 약가 리베이트라는 거품이 사라지면서 약 처방 위주로 운영하던 내과가 타격을 받았다. 다섯째,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가 시행되면 내과는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근거없는 소문까지 가세했다.
사실 전공의뿐 아니라 병원들도 비상이다. 내과는 다른 과들이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최후의 보루였다. 이런 역할을 하고 있던 내과에 지원자가 없다는 것은 나머지 인력의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환자안전이나 병원경영에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급한 대로 병원 자체적인 예산을 통해 내과 전공의에 대한 봉급을 인상하고, 전공의 인력을 대신해줄 보조인력 채용을 약속한 병원들도 있지만, 그래봐야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아직 크게 부각되고 있지는 않지만, 내과의 최근 위기는 사실 매우 심각한 위기 신호로 보인다. 지난 수십 년간 임시변통으로 일관되어 온 한국의 의료체계가 이제 뿌리까지 흔들리기 시작했음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과는 비급여 시술도 많지 않고 눈에 띄는 화려한 시술도 상대적으로 적은 분야이지만, 모두가 인정하듯이 의학의 근간이며 의사라는 직업의 본령에 가장 가까운 분야다. 내과가 어렵다는 것은 의료제도가 완전히 잘못 디자인되어 있다는 반증이며, 내과가 무너진다는 건 곧 의료체계 전반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신호다. 붕괴 직전에 들려오는 마지막 경고음마저 인지하지 못하거나 무시했을 때 닥칠 비극의 상흔은 상당히 크고도 깊을 것이다.
초응급 대책이 필요하다. 전공의 양성 과정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고, 호스피탈리스트 제도의 도입 등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역시 수가 문제가 근본이다. 진찰료 등 핵심 진료행위에 대한 저수가 문제의 해결 없이는 어떤 대책도 미봉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