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현 대표 간사랑동우회


[청년의사 신문 윤구현]

10월 24일 전세계 주요 언론은 에볼라에서 완치된 미국인 간호사 니나 팸을 안아주는 오바마 미대통령의 사진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니나 팸은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환자를 돌보다 감염돼 미국에서 치료받다 숨진 토마스 던컨을 치료하던 의료진 중 한 명이었다. 미국에서 최초로 에볼라에 감염된 그녀의 완치 사실을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고 백악관은 대통령이 그녀를 포옹하고 1미터 거리에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공개했다.

에볼라는 공기로 전염되지 않고 환자와 신체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고 알려져 있다. 에볼라에서 완치된 환자를 미대통령이 안아주는 것만큼 국민들에게 완치된 환자와의 접촉을 꺼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도 없을 것이다. 이 한 장면을 통해 미국은 에볼라를 통제할 수 있으며, 에볼라 환자에 대한 혹시 모를 편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미국인과 전세계에 보여줬다. 이후 완치자를 포옹해주는 것이 전통이 된 것 같다. 11월 10일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은 기니에서 환자를 치료하다 에볼라에 감염돼 뉴욕에서 치료 받던 크레이그 스펜서의 완치 사실을 알리면서 그와 포옹했다.

외신에 따르면 에볼라가 창궐하는 서아프리카의 상황은 이와 크게 다르다. 에볼라를 이겨낸 사람들은 주변의 낙인과 차별을 한 번 더 견뎌야 한다. 대중교통의 이용을 제한 받거나 가족에게 쫓겨 나는 경우도 있다. 에볼라로 부모 모두를 잃은 ‘에볼라 고아’들은 입양 보내기도 어렵고 친척들의 도움도 못 받고 있다. 물론 겨우 몇 명의 환자가 생긴, 충분한 의료 시설을 갖춘 미국과 변변한 병원 하나 없이 3,0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라이베리아 같은 나라를 비교할 수는 없다.

라이베리아 같은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나라에서 감염성 질병의 전파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공포를 이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적절한 공포는 사람들을 더 주의 깊게 해 감염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피부가 헐고, 진물이 나고, 병색이 완연한 사람을 피하는 것은 인류가 수 십 만년 동안 가져온 감염성 질환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온 행동이다.

그러나 공포는 그만한 부작용을 가져온다. 합리성에 기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완치가 됐다’, ‘더 이상 감염력이 없다’는 논리적인 설명도 한 번 생긴 공포를 없애기는 쉽지 않다.

2002년 대전에서는 40대 남자가 친구 때문에 B형간염이 전염됐다고 생각해 흉기로 친구를 살해하고 자신은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람은 10년 전 초등학교 동창인 친구와 잔을 돌리며 술을 먹다 B형간염이 전염됐다고 생각해 친구와 본인의 생명을 잃었다. B형간염은 술잔을 돌리는 것 같은 접촉으로 전염되지 않지만 80년대 중반 B형간염을 막고자 정부가 대대적으로 했던 캠페인이 20년이 지나 두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이후 정부는 일상생활에서 B형간염이 전파되지 않는다는 발표를 하곤 했지만 한 번 머릿속에 박힌 공포와 편견을 없애지는 못했다.

비슷한 사건은 중국에서도 있었다. 2003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저우이차오는 B형간염 보유자라는 이유로 신체검사에서 탈락하자 채용담당 간부를 살해하고 본인은 사형을 당했다. 중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B형간염에 대한 차별을 제도적으로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히 해결되지는 못하고 있다. 채용과정에서 B형간염 검사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지만 다수의 기업들은 몰래 검사를 하고 있다. 오랜 편견을 제도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곧 우리 의료진이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서아프리카로 출발한다. 많은 사람들이 돌아온 의료진을 환자들이 꺼릴까 걱정한다. 언론은 에볼라가 통제 가능한 질병이라는 것보다는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보여주기 바쁘다. 이들이 귀국했을 때 대통령이 포옹하며 반긴다면 그런 우려가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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