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청년의사 신문 최윤섭]

필자는 가끔 ‘융합의 시대에 의사는 어떤 준비를 해야하나’란 질문을 받는다. 최근에도 전공의에게 같은 질문을 받았기에 이번 칼럼을 빌어 답장을 대신하려 한다.

사실 많은 의사들은 의료와 IT 융합으로 인한 변화가 진행 중이며,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일단 IT와 의료가 융합하는 시대에 있어, 의료에 대한 전문 지식과 임상 경험이 있다는 점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압도적인 경쟁우위이다.

‘청진기가 사라진다’ 의 저자이자,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유명 인사인 에릭 토폴 박사의 경우,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근무했던 세계적 심장전문의란 점에 사람들이 주목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의사라는 것이 불리한 점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의사가 되려면 힘든 수험생 시간을 보내야하고, 의대에 들어와서도 많은 시험을 거쳐야 한다. 또 인턴, 전공의란 시간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보니 이런 노력들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모험을 하는 것을 방해하는 측면도 있다.

IT와 접목된 의료 분야에 뛰어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방적인 자세다. 의사는 전문성을 갖고 있지만 그것 빼고 나머지는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사실 그 누구라도 모든 것을 갖기란 불가능해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끝임 없이 배우고 협력해야한다. 적어도 다른 주요 분야의 사람과 ‘말은 통하는’ 의사가 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너무나 중요하다.

예를 들면, IT 분야에는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란 직업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이 쓰는 언어는 의사의 언어와 완벽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언어’를 익혀서 더듬거리더라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을 ‘중개적 리더 (translational leader)’ 라고 부른다.

만약 관심이 있다면 IT 분야의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 온라인 강의인 ‘Coursera’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무료인데다가 기본적인 프로그래밍과 기계 학습, 통계, UX 디자인 등도 공부할 수 있다.

전세계적인 추이를 볼 때, 한국은 아직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변방에 머물러 있다. 이는 곧 위기이자 기회다. 의사들은 이런 변화를 잡을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한국에서도 의료와 IT 융합 분야의 중개적 리더가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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