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협, 독감-폐렴구균-대상포진 패키지 판매…대학병원에서도 가격 할인 여전

[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정부 산하 기관은 물론 대학병원들까지 '가격 덤핑'을 무기로 비급여 예방접종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개원가가 울상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이하 인구협회)는 가격 덤핑에 이어 ‘예방접종 끼워 팔기’로 환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으며 대학병원도 비급여 예방접종 시장을 두고 개원가와 경쟁하는 형국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내 한 인구협회가 운영하는 모자보건센터는 독감 예방접종을 일반 개원가보다 1만원 가량 저렴한 1만6,000원에 실시하면서 폐렴구균과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끼워 팔고 있다.

이곳에서 독감과 폐렴구균, 대상포진 백신을 다른 곳보다 저렴하게 맞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지역 주민들까지 ‘원정 접종’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50대 한 여성은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이 모자보건센터가 예방접종을 싸게 한다는 말을 듣고는 친구들과 함께 독감·폐렴구균·대상포진 백신 ‘3종 세트’를 한꺼번에 맞고 왔다.

이 모자보건센터에는 이 여성처럼 타지에서 소문을 듣고 온 중장년층은 물론 가족 단위로 예방접종을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 때문에 개원가에서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인구협회가 앞장서서 의료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원성이 커지고 있다.

또 3개의 비급여 예방접종을 패키지처럼 묶어서 실시하고 있는 부분도 지나친 상술이라고 비판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독감 예방접종 비용이 2만5,000~3만원, 폐렴구균은 약 13만원, 대상포진은 18만~20만원으로 책정돼 있는데 반해 모자보건센에서는 독감은 1만6,000원, 폐렴구균은 11만원, 대상포진은 16만원만 내면 맞을 수 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이명희 회장은 지난 30일 본지와 통화에서 “모자보건센터에서 하루에 1,000명 이상 예방접종을 시행한다고 들었다. 사실 어제 오늘 이야기도 아니지만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어 문제다”라며 “최소한 도덕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답답한 노릇이다”라고 비판했다.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 김종웅 회장은 “(모자보건센터는) 사무장병원이나 의료생활협동조합과 똑같은 개념”이라며 “환자 유인행위나 다름없다. 주변 개원의들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비용할인을) 그렇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인구협회는 우리나라 국민이나 정부에 큰 죄를 지고 있다. 산아제한정책에 동조해 지금과 같은 저출산 상황이 온 것 아닌가. 세대 간 갈등을 불러오고서는 대책 마련도 없다”며 “본 역할도 하지 않고서는 수익 창출을 위해 예방접종 사업으로 선회한 것은 문제”라고도 했다.

비급여 예방접종 할인하는 대학병원…서울시醫, 강력 항의

비급여 예방접종 시장에는 일부 대학병원까지 가격 할인을 무기로 뛰어들고 있어 개원가의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개원가에서는 보통 19만~20만원인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를 빅5병원 중 한 곳에서는 13만6,800원에 접종하고 있어 서울시의사회 임수흠 회장이 해당 병원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었다.

최근에도 대학병원 2곳이 비급여 예방접종 가격을 개원가보다 저렴하게 실시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인근 의원들이 속앓이를 했다.

한 내과 개원의는 “환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개원가 사정이 어려운데 예방접종마저 대학병원이 가로채면 어떻게 하느냐”며 “개원의들이 환자 중증도가 높아지면 인근 대학병원으로 보내왔는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해당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보내지 않는) 보이콧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임수흠 회장은 문제가 되고 있는 해당 대학병원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두곳 중 한 곳이 소문대로 비급여 예방접종을 저렴하게 실시하고 있는 것을 확인해 시정 요청을 했다.

임 회장은 “문제가 된 대학병원 두 곳 중 한 곳은 진찰료까지 포함하면 개원가보다 많이 받고 있었다”며 “그러나 나머지 한 곳은 진찰료까지 합쳐도 폐렴구균백신인 ‘프리베나13’ 접종 비용이 개원가보다 저렴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이어 “곧바로 시정해 달라고 요구했고 병원 측에서도 시정하겠다고 했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불공정 경쟁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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