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신고 권유 의무 부과한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도 경찰 등에 신고할 수 있도록 의료인의 의무를 강화한 법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의료인의 주관적인 판단에만 맡겨 명확성이 떨어진다며 입법에 반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우남 의원은 최근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하면서 환자가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해당 환자에게 수사기관에 신고할 것을 권유하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24일 “법률규정은 명확해야 하고 이런 명확성의 원칙은 특정인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에 대해 더욱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이번 개정안은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가 어떤 경우를 의미하는지, 의심의 정도 및 그 객관적인 근거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기준이 없는 등 신고 권유 여부를 오로지 의료인의 주관적인 판단에만 맡기도록 하고 있어 명확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환자가 아동이나 청소년이 아닌 경우에는 의료인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개정 이유로 밝히고 있지만 ‘가정폭력범죄처벌특별법’과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서도 범죄 사실이 ’확인‘된 경우 신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미 두 법률에서 의료인에게 유사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이상 법 개정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협은 또 “형법상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이고 고소권은 피해자 및 보호자에게 전속하는 고유의 권리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환자(폭력에 의한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의료인으로 하여금 수사기관에 신고를 권유하도록 한 것은 법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권유 과정에서 의료인과 보호자·환자 간 불필요한 분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가정폭력 또는 성폭력 증가 문제는 적극적인 범죄예방 활동 및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구제절차 보완을 통해 수사기관이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환자 진료에 전념하는 의료기관 및 의료인에게 법적 의무를 추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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