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의료수출협회, 병원수출 전략 모색 토론회 개최…서울대·세브란스 사례 소개


▲ 한국 병원수출 성공전략 모색 토론회 정승원 기자

[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국내 최초로 아랍에미리트(UAE)의 왕립병원을 위탁운영하게 된 서울대병원과 역시 국내 최초로 브랜드를 포함한 병원을 중국 청도에 수출하게 된 세브란스병원이 병원수출 성공전략이 공개됐다.

한국의료수출협회와 본지는 지난 22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대강당에서 ‘대한민국 병원수출 성공전략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병원수출 사례를 소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의료수출협회와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들과 함께 병원수출에 관심이 많은 150여명의 병원 관계자들이 몰려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세브란스 “브랜드 통해 자부심·책임감 갖게 해”

우선, 연세의료원 윤영설 국제처장은 ‘연세의료원의 해외진출 전략’이라는 주제 발제를 통해 최근 합의각서를 체결한 청도 세브란스병원과 내년 3월 개원을 앞둔 이싱 세브란스 건강검진센터의 수출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 연세의료원 정남식 의료원장, 중국 신화진 그룹 장건화 회장(왼쪽부터)의 합의각서 체결사진

특히, 윤 처장은 세브란스병원의 해외진출 사례 두 가지 모두 ‘세브란스’라는 브랜드 수출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처장은 “세브란스 브랜드 네이밍을 하게 하는 것은 세브란스병원의 해외진출 전략이다. 아직 세브란스가 존스홉킨스나 메이요클리닉에 비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지만 열심히 노력해 나간다면 차츰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언젠가는 맥도날드와 스타벅스처럼 ‘병원하면 세브란스’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세브란스란 브랜드는 거기에 걸맞도록 스스로에게 하는 채찍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 처장은 이러한 세브란스의 브랜드 수출전략 때문에 지금껏 병원수출 파트너 선정 시 금전적인 부분 외에도 세브란스의 정신을 반영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윤 처장은 “세브란스의 이념이란 ‘어려운 지역에서 좋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나중에 세브란스가 철수를 하더라도 현지에서 의학자를 양성할 수 있는 것도 의미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번에 청도 세브란스병원 설립에 대한 신화진그룹과의 합의각서에도 이러한 목표를 담아 향후 청도지역에 의대와 간호대 설립을 검토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시장을 선택하고 누구와 파트너십을 맺을 것인지가 병원의 해외진출 성공을 좌우한다고도 강조했다.

윤 처장은 “중국은 2025년이면 고령인구가 많아져 질환자들이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의료비 중에서 노인들이 차지하게 될 비율도 커진다는 것이다. 노인의료비 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중국을 해외진출 시장으로 정하게 됐다”며 “거기에 정서적으로나 지리적으로도 한국과 가깝다”고 전했다.

윤 처장은 “환자에게 믿음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병원을 청도에 만들려고 한다. 나아가 외국 의사들을 위한 트레이닝 패키지를 만들어 교육 비즈니스 영역으로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 있다”고 덧붙였다.

“칼리파병원, 최고의 암병원 될 수 있을 것”

서울대병원 아부다비 지사장을 맡고 있는 문주영 행정처장은 ‘사막에 세운 비전, 왕립병원 스토리’라는 주제로 서울대병원의 UAE 쉐이크 칼리파전문병원(이하 칼리파병원) 위탁 운영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우선, 문 처장은 칼리파병원이 UAE 왕실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암병원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 처장은 “칼리파병원이 사막 한 가운데 있어 환자가 많이 오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렇지만 이 병원은 유명 회사에서 설계를 했고 실사 때도 세계 제일의 암병원을 만들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든 병원”이라며 “사막 한 가운데 있지만 확장 가능성은 매우 크며, 건물도 매우 잘 지어졌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사례처럼 정부 대 정부(Government to Government, GtoG)로 해외진출을 할 수 없는 중소병원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문 처장은 “중소병원들의 해외진출이 이미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전문병원 역시 민간과 협력해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 대 정부로 진출하기 어렵다면 역시 중요한 것은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인데 진흥원 아부다비 지사, 코트라, 대사관 등을 통해 확인을 하면 윤곽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수출의 고민…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은?

이날 발제 후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실제 병원의 해외진출 시 직면하는 문제들에 대해 발표자와 청중 간 토론이 오갔다.

먼저, 윤영설 처장은 병원의 해외진출 시 핵심기술 공개 여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처장은 “일반기업에서 중국 기업에 일을 할 때 고민하는 것이 핵심기술을 빼앗기는 것이다. 의료도 마찬가지라서 이싱 건진센터 설립 때도 많이 고민했다”며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곳이 아니면 절대로 할 수 없는 핵심기술을 개발해 관리를 하며, 나아가 그 기술의 사용 대가로 로열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의료수출협회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주영 행정처장도 “지속가능성을 위해 모든 걸 공개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한다. 노하우를 개발하고 서비스를 포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동의했다.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와 함께 일원으로서 팀워크를 형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문 처장은 “해외에 나가 여러 국적의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면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게 현재 직면한 과제”라며 “교육도 하고 있지만 하루 이틀에 될 문제는 아니며, 시행착오를 통해 팀워크를 형성해나간다면 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윤 처장도 “외국 사람들과 생각이 너무 달라서 고생했던 경험이 있다. 외국인 입장에서 그들을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현지의 관리자를 통해서 관리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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