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보건복지부가 다가오는 12월부터 중증 관상동맥질환에 대해 심장내과와 흉부와과의 협진을 의무화했다. 심장내과에서 무리하게 스텐트 삽입을 시도하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을 염두해 둔 정책으로 보인다. 정부는 흉부외과가 없는 병원들은 관상동맥우회술(CABG)이 가능한 요양기관과 MOU를 맺는 것을 권했다. 단, 90분 이내 응급 관상동맥우회술이 가능하고 대동맥내풍선펌프(Intra-aortic balloon pump)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흉부외과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며 쌍수를 들며 환영하고 있다. 반면 심장내과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흉부외과 없이 심장내과만 있던 중소병원들도 이번 발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번 정책 방안은 원론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의료선진국의 심혈관 치료 가이드라인을 보면 ‘다혈관 복잡 병변’에 대해 흉부외과와 심장내과가 협의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권고 사안일 뿐, 강제사항은 아니다.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2년 주요수술통계를 보면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건수는 총 5만건이 넘는다. 반면 흉부외과에서 시행하는 관상동맥우회술은 고작 3천건이다. 원론적으로 급성심근경색일 때 심장내과와 흉부외과가 협의해 정하는 것이 맞다고 치더라도 흉부외과 의사보다 심장내과 의사가 훨씬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동등한 수로 맺어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선진국도 이런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권고’만 하고 있다.

외부 요양기관과 협진을 하라며 MOU를 권하는 것도 사실 탁상공론에 가까운 말이다. 현실적으로 기관을 뛰어넘어 협진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설령 이번 건만 그렇게 협진을 하더라도 더 큰 규모의 병원에서 환자를 데리고 갈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환자가 입을 피해다. 심근경색환자가 응급실로 들어와 혈관조형술을 받을 경우 지금까지는 진단과 동시에 치료도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중증 관상동맥질환인 경우 흉부외과 의사를 불러 협진을 하거나 타 병원에 있는 흉부외과 의사의 협진을 요청해야한다. 당연히 치료 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이 반복될 경우 자연히 응급환자들은 대형병원으로 이송될 수밖에 없으며, 해당 병원에서는 환자가 많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이번 정책은 이상적이긴 하나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자칫 환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반드시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심혈관중재술에 대한 적정성 평가를 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차라리 이를 더 개선해 관리하는 것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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