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의 직언직설

[청년의사 신문 김승환] 2014년 2월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에볼라 감염이 보고되었다. 최초의 사망자는 2세 여아로 알려졌으며 이후 이 가족들이 모두 감염되어 사망하였다. 장례식에 참석한 친척들은 시신을 통해 감염되어(서아프리카에는 시신에 키스하는 풍습이 있다) 인근 도시로 퍼지게 됐다. 4월에는 시에라이온과 라이베리아로, 6월이 넘어서는 사실상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에볼라병의 사망률은 90%에 달한다. 이미 사망자는 4,000 명을 넘어섰고 그 중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인이 100명에 이른다.

올해 에볼라 유행은 과거의 사례들과 비교할 수 없는 피해를 일으켜 세계보건기구(WHO)가 나서서 전 세계에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 또는 동물의 혈액 또는 체액에 의해 전염되며 사체에 의해서도 전염이 된다. 공기 전염은 이뤄지지 않지만 체액을 다룰 수밖에 없는 의료진은 감염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체액 접촉을 막기 위한 감염을 차단해 주는 특수한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환자를 돌봐야 한다.

서아프리카에서의 에볼라 대유행에는 전 세계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현재 WHO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국경없는 의사회(MSF)를 비롯한 많은 NGO들이 활동을 하고 있으며 또 여러 선진국들도 의료진들을 파견해 구호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인도적인 지원과 고위험 전염병 대응 능력을 높이겠다며 의료진의 파견을 결정했다. 물론 그 의도는 아주 훌륭하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파견 결정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우선, 의료진 감염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막연하게 ‘의료진들이 알아서 조심하겠지’란 생각으로 파견했다가는 큰일이 벌어질 수 있다. 만약에 감염이 됐을 경우 의료진에 대한 치료 방법에 대한 준비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이러스를 연구하기 위한 시설과 장비 확충을 해야한다.

그러나 우리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나 연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은 부족하다. 에볼라는 생물안전 4등급(biosafety level 4)의 바이러스로 이를 다루기 위해서는 별도의 시설이 필요하다. 국내에는 질병관리본부 한 곳만 존재하며, 그나마 이곳도 작년에 문을 열어 경험이 충분하지 않다.

국내에서 격리치료가 가능한 시설이 확보되어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 특히 해외에서 감염된 의료진을 후송할 수 있는 특수 항공편도 준비해야 하는데 이 역시 의문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현지에 가서 환자를 진료하라고 하는 것은 우리 의료진의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민간의 자원자를 받아서 가겠다는 것도 원래의 목적과는 어긋난다. 전염병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을 위해서는 국내의 전염병 대책을 책임질 전문가가 가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문가는 질병관리본부나 보건복지부에서 전염병에 대한 일을 지속적으로 보는 사람이 돼야 한다. 혹여 군의관을 보내더라도 복무를 마치면 군을 떠나는 단기 군의관이 아닌, 장기로 복무를 할 사람 중에서 감염 전문가를 보내는 것이 옳다.

국경없는 의사회에서는 서아프리카에서 일할 의료진을 모집할 때 ‘감염이 되면 귀국을 못하고, 사망하더라도 시신을 고국으로 보내줄 수 없다’는 조건을 걸었다고 한다. 이런 조건에도 현재 국경없는 의사회에서는 3,000여명이 서아프리카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인도적인 희생정신은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활동은 민간 기구만이 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앞뒤를 가리지 않고 나서서 ‘에볼라 퇴치’를 하겠다고 나선다고 해결 될 것은 없다는 말이다. 의료진을 파견하는 것이 아닌 다른 차원으로 지원할 부분은 없는지와 동시에 국내 방역능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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