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비대위 결정 사안 의협 상임이사회에서 논할 수 없다” 결론집행부 “비대위 주장일 뿐”…대의원회 운영위도 “결론 낸 것 없다”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와 비상대책위원회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대정부 투쟁은 물론 협상에서도 전권을 요구하는 비대위에 의협 추무진 회장이 직접 나서 경고한 후 조인성 공동 비대위원장이 원격의료에 국한된 요구였다고 해명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양 측의 갈등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를 계기로 다시 표출됐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가 지난 18일 전라북도 무주에서 개최한 전체회의에는 추 회장 등 집행부와 조 위원장 등 비대위가 참석하면서 자연스럽게 최근 논란이 된 비대위 역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비대위, 의협 집행부 상위 기관이다?

문제는 비대위 측이 이날 운영위 회의 결과를 모바일 커뮤니티를 통해 비대위원들에게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비대위는 “대의원회 운영위에서 변영우 의장의 발언을 정리한 회의 결과”라며 ▲비대위는 통상 결재 계통을 밟지 않는다 ▲원격의료와 시범사업 등 2차 의정협의 결과에 대한 투쟁과 협상의 전권은 비대위에 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합의해 준 집행부 결정은 무효 ▲비대위 회의비와 활동비 조속히 지급 ▲비대위 결정 사안은 집행부 상임이사회에서 논할 수 없다 등이 결정됐다고 알렸다.

비대위는 “의협의 최종결정권자는 회장이지만 특수한 상황에서 발족한 비대위는 통상의 결재 계통을 밟지 않는다”며 “의협 회장은 투쟁은 비대위가, 협상은 집행부가 한다는 종래의 발언을 되풀이 했으나 이는 대의원회 수임사항 위반이라는 비대위의 강력한 항의로 격론 끝에 원격의료와 시범사업 등 2차 의정협의 결과에 대한 투쟁과 협상을 같이 하는 전권은 비대위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정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이어 “투쟁 기금은 이전(노환규 집행부 시절) 성금과 현 성금으로 분류해 섞으면 안되고 현 성금의 사용권한은 비대위에 있으므로 집행부는 미결재된 비용이나 향후 발생하는 비대위의 회의비와 활동비를 속히 지급하라”며 “비대위의 결정 사안은 집행부의 상임이사회에서 논의할 수 없다”고 했다.

또 “2차 의정합의는 무효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 비대위 측은 지난 5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합의해 준 집행부의 결정은 위법이며 무효임을 밝힌다. 또한 의협 회장의 1인 시위 자제 발언 등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5억원 납부는 지난 투쟁을 부인하는 것이므로 절대로 납부하면 안된다. 차라리 압류를 받는 게 오히려 투쟁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의원회 운영위 “비대위 전권? 결론 난 것 없다”

그러나 이같은 운영위 회의 결과가 다른 의사회 커뮤니티로도 급속히 퍼지면서 비대위가 회의 결과를 왜곡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대의원회 운영위 측은 비대위의 주장과는 달리 이번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했다.

대의원회 운영위원인 김영완 충청남도의사회 의장은 20일 본지와 통화에서 “집행부와 비대위 모두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했고 결론은 나지 않았다”며 “서로 합심하고 대동단결해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공감했지만 어떤 결론을 낼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가는 과정에서 변 의장이 비대위 회의비 및 활동비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결재에 대한 것은 의협 회장의 권한이며 비대위는 의협 회장 밑에 있는 기관이라는 말도 했다”며 “발언 내용 중 한 부분만 강조해서 말하면 왜곡될 수 있다. 결론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비대위가 마치 의협 상임이사회나 의협 회장 위에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비대위가 쓰는 돈에 대해 간섭하지 말라는 것처럼 보이는 데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도 비대위가 지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의협 집행부 “돈 쓴 다음에 처리해 달라는 비대위”

의협 집행부는 반박 보도자료까지 준비하며 비대위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의협 집행부는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예산 사용 계획을 수립해 집행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게 재무 규정에 적합한 과정”이라며 “비대위는 단 한 차례도 집행부에 이런 내용으로 협조 요청을 한 적이 없고 비용을 집행한 이후 비용처리를 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집행부는 “홍보자료 제작에 따른 500만원 미만 금액으로 쪼개기, 투쟁체 구성 직역에 300만원씩 지원금 지급 등의 내용도 집행부와 전혀 협의를 진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만 집행해 달라는 요청 공문을 보냈다”며 “비대위 비용 집행 문제에 대해서는 법률 자문을 받아서 집행하겠다고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집행부는 또 “비대위는 대언론 홍보를 의정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집행부의 의견을 묻지도 않은 채 진행해 왔다”며 “투쟁을 위한 별도 기구로 비대위가 운영된다고 해도 의협 회장은 협회 회무를 총괄하는 최고의사결정권자”라고 강조했다.

의협 한 관계자는 “비대위가 대의원회 운영위 회의 결과라며 공개한 내용들은 모두 자신들의 주장일 뿐”이라며 “추 회장이 1인 시위를 자제해 달라고 했다는 것도 의협 집행부와 논의해서 해 달라는 앞뒤 말을 다 자른 채 일방적인 주장만 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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