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의료계를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접했던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대한민국 1%’다. 전국에서 가장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수재들만 모인 곳이 바로 의과대학이고 의사란 의미다. 특별히 부정할 사람은 없을 거다. 실제 취재 현장에서 만난 의사들 중에는 많은 지식과 문학적 소양, 예술적 재능, 인품까지 두루 갖춘 이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끔 ‘대한민국 1%’라는 수식어에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지난 18일 ‘젊은의사포럼’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이 한 발언이 그랬다. 변화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젊은 의사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을 우리나라 대표 멘토 11명과 함께 나눠보자는 취지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 송 회장은 ‘지금의 의료계, 우리에게 놓인 일과 길’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지난 '3·10 의료계 총파업 투쟁' 선봉에서 1만7,000여명의 전공의들을 이끌었던 송 회장은 위트 있고 조리 있게 강연 분위기를 끌어갔다. 아마도 현장에서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진료하고, 하루를 살더라도 의사처럼 살고 싶다’는 메시지를 들은 의대생들은 공감하고 지지했을 것이다.

그런데 송 회장은 이보다 더 큰 감동을 통해 의사 사회 단결력을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의사이면서 중국 근대화 운동을 이끈 쑨원(孫文)의 ‘소의치병(小醫治病), 중의치인(中醫治人), 대의치국(大醫治國)’을 들어 “‘대한민국 1%’인 의대생들은 대의가 될 수 있는 학문적 소양과 잠재적 에너지를 갖고 있다. 병만 고치고 사람을 고치는 의사가 아닌 나라를 고칠 수 있는 의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송 회장은 “의대생들이 관심 가져준다면 왜곡된 진료환경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초석을 만들 수 있다. 왜냐면 대한민국 최고 1% 수재 집단이니까 가능하다”고도 했다.

의료계 현안에 관심이 낮은 의대생들의 주목을 이끌기 위한 발언이었겠지만 ‘옥에 티’였다. 의료계가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강조된 ‘대한민국 1%’는 오히려 지금까지 의료계가 고립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열악한 의료 환경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공동체 의식도 바람직하고, 문제의식을 인식시켜주려던 의도도 좋다. 어쩌면 어떠한 의도 없이 버릇처럼 나온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왜곡된 의료 환경을 고치기 위해서는 정부보다 국민과 대화가 먼저다.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대한민국 1%란 의식을 먼저 버리는 게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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