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등과 진료비 감면 혜택 협약…"개원가 죽이는 환자유인 행위"

[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병원급 의료기관이 지역 내 기업이나 교육기관 등과 체결하는 의료지원 양해각서(MOU)에 대한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병원급 의료기관들이 MOU를 이유로 독감 예방접종 가격 덤핑을 하거나 VIP 카드를 발급해 진료비를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환자들을 유인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들도 최근 지역 내 한 병원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300병상 규모의 A병원은 최근 강화군 유아교육기관과 의료지원 협약을 체결, 20% 의료비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는 현수막을 걸었다.

이 병원은 지난해 지역 노인회와 의료지원 MOU를 맺고 건강검진 등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VIP 카드를 발급해 진료비 감면 혜택과 차량 지원 등을 제공해 지자체로부터 환자 유인행위로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 병원뿐만 아니라 그 인근에 있는 450병상 규모의 B병원도 지역 내 기업과 MOU를 맺고 직원들은 물론 그 가족에게도 의원급 의료기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단체독감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이들 병원과 같은 지역에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MOU를 환자 유치 전략으로 쓰고 있다며 의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의료법 제27조에 따르면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 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와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이 지역 한 내과 개원의는 “병원급 의료기관이 기업이나 단체와 협약을 통해 20% 이상 진료비를 할인해 주고 있다고 한다. VIP 카드를 발급해 주고 예방접종 비용을 대폭 할인해 주는 것도 모자라 이런 혜택에 대한 소문이 안 나게 입단속 시켜 환자 유인행위를 하고 있다”며 “호객 행위와 똑같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의원을 방문해 예방접종을 받던 환자가 올해는 접종을 하지 않겠다고 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회사와 MOU를 맺은 B병원이 회사로 직접 단체접종을 시행하는데 일반 의원에서 3만원하는 독감 예방접종을 2만원에 해주겠다고 한다”며 “개원가를 죽이는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이로 인해 건전한 의료 시장이 모두 파괴되고 있다”며 “그 자체가 경쟁이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더 저렴한 가격에 독감 접종 할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통큰 치킨’으로 소상인 영역이 축소되고 망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지역 의사회가 의료시장 질서 문란을 이유로 매년 지역자치단체 보건소에 항의하고 있지만 해당 병원에 경고하는 정도로 일이 마무리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도 했다.

그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보건복지부인데, 다 알면서도 손을 놓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복지부 책임이 크다”면서 “보건소도 마찬가지다. 지역 보건의료 질서를 유지하고 감시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증거를 찾아 신고하라고만 한다. 환자 유인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의료기관이 의료지원 MOU를 통해 진료비 감면 혜택 등을 제공했다고 해서 무조건 환자 유인행위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의료법상 본인부담금 면제는 불법이지만 비급여를 할인해 주는 행위는 의료시장 질서 파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면서 “단체 성격이나 구체적인 MOU 형태, 내용에 따라 위법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둔 상황은 아니다. 지도감독 권한은 지자체에 있기 때문에 복지부는 허위·과장 광고 부분만 협조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의료기관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 광고를 심의 대상으로 확대하려고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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