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政, 12월부터 중소병원 심장스텐트 제한…1등급도 무용지물"흉부외과 있는 병원과 MOU 맺어라"…경북 지역 관상동맥우회술 실시 병원 '0'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심장스텐트 협진 의무화 시행을 한 달 보름 정도 남겨 둔 진료 현장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특히 흉부외과 없이 심장스텐트를 해온 중소병원들은 대책 마련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흉부외과가 없는 의료기관의 경우 관상동맥중재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 MOU를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한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중소병원들은 “적정성 평가가 다 무슨 소용이냐”며 분개하기도 했다.

PCI 1등급 받으면 뭐하나

개정된 심장스텐트 급여 기준에 따르면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만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관상동맥우회술이 가능한 의료기관과 MOU를 체결해 심장통합진료를 운영해야 한다. 심장내과 전문의만 있는 의료기관이 중증 관상동맥질환에 대해 스텐트 시술을 하려면 관상동맥우회술이 가능한 흉부외과 전문의가 있는 다른 의료기관과 MOU를 맺어 협진체계를 갖춰야만 급여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MOU 체결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90분 이내 응급 관상동맥우회술 실시가 가능하고 대동맥 내 풍선펌프(IABP) 관련 장비 및 운용 인력 등을 보유해야 한다. MOU를 통해 심장통합진료를 실시한 경우 진료기록 원본은 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에서 보관하고 참여 의료기관은 사본을 보관해야 한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엽기적인 급여 기준”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도 “모든 중소병원에서 수술팀을 신설하지 않는 한, 이번 고시 개정은 대형병원에게만 유리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관상동맥중재술을 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145개소이며 관상동맥우회술을 실시한 의료기관은 79개소이다. 관상동맥우회술을 하는 의료기관에서는 관상동맥중재술도 한다고 가정하면, 관상동맥중재술만 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66개소에 달한다. 즉, 관상동맥중재술을 하는 의료기관 중 45.5%는 관상동맥우회술이 가능한 의료기관과 MOU를 맺고 협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심평원에서 실시한 관상동맥중재술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모 중소병원 원장은 “같은 병원 안에서도 협진이 쉽지 않은데 아예 다른 병원에 있는 흉부외과 전문의와 협진을 하라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며 “흉부외과 전문의가 없는 병원은 앞으로 심장스텐트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병원에 있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협진을 요청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응할 수 있겠느냐”며 “흉부외과 전문의가 수술에 들어가 있기라도 하면 환자는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 누구를 위한 급여 기준이냐”고도 했다.

협진 방식을 두고도 혼란스러워 했다. 복지부가 마련한 심장스텐트 협진 관련 급여 기준 초안에는 MOU 의료기관 조건에 ‘영상정보 공유가 가능한 의료기관’이어야 하고 ‘심장통합진료는 영상 등 매체 활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최종안에는 빠졌다. 이 때문에 다른 의료기관에 있는 흉부외과 의사가 이동해서 반드시 ‘대면 진료’를 해야 하는 것이냐는 말들이 나왔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의료법상 허용된 방식은 모두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의료인간 원격의료는 허용돼 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를 통해 실시한 심장통합진료 중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혈관중재학회 전동운 보험이사는 “변호사를 통해 법률 검토를 해 봤는데 서로 소속된 병원이 다른 의사끼리 협진을 하다가 사고가 생기면 법적 책임이 애매해질 수 있다고 하더라”며 “환자 입장에서도 협진을 한 의료기관 두 곳을 모두 상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전문의가 1대 1 동수로 구성된 협진팀에서 시술이냐 수술이냐를 두고 의견 일치를 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됐다.

관상동맥우회술 실시 병원 없는 지역도


MOU를 통해 심장통합진료를 하려고 해도 관상동맥우회술을 실시하는 의료기관이 아예 없는 지역도 있다.

심평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관상동맥우회술 2차 적정성평가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관상동맥우회술을 실시한 의료기관은 79개소이지만 경상북도에 소재한 의료기관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반면 경북에 있는 의료기관들 중 8개소는 관상동맥중재술을 실시하고 있었다. 결국 이들이 기존처럼 심장스텐트 시술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에 있는 의료기관 중 90분 이내 관상동맥우회술이 가능한 곳을 찾아 MOU를 맺어야 한다.

관상동맥우회술 실시 기관에 대한 지역별 편차도 커서 충청북도의 경우 관상동맥중재술 실시 기관은 6곳인 데 비해 관상동맥우회술 실시 기관은 1곳에 불과했다. 심평원도 2차 평가를 통해 “관상동맥우회술 실시 기관은 서울, 경기 등 5대 광역시에 집중돼 있는 반면 관상동맥중재술 실시 기관은 전국에 고루 분포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심장내과 측에서는 “전국적으로 흉부외과 의사와 협진을 강제화할 수 있을 정도의 시스템과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한심장학회 김병옥 보험이사는 “관상동맥중재술만 하고 수술팀이 없는 기관은 90분 내 응급 관상동맥우회술이 가능한 병원과 MOU를 맺어야 한다는 고시는 선진국의 치료 권고안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90분 이내에 관상동맥우회술을 하라는 게 아니고 관상동맥중재술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현재 미국에서도 수술팀이 없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관상동맥중재술 건수가 기준 이하인 ‘로우 볼륨 센터(low volume center)’는 정부 지원이나 상급 의료기관의 기술적 지원을 받아서 질 관리를 유지하라고 권유하고 있다”며 “수술팀 없이 심장스텐트 시술을 하는 게 문제가 아니고 시술 건수가 낮아 숙련도가 떨어지는 게 문제”라고 했다.

중소병원의 경우 흉부외과 전문의가 있다고 해도 관상동맥우회술 실적이 없는 곳이 많아 형식적인 협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상동맥중재술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모 중소병원의 경우 흉부외과 전문의가 있기는 하지만 관상동맥우회술 실시 건수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병원은 내부적으로 심장통합진료팀을 구성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중소병원 원장은 “우리 병원은 흉부외과와 심장내과의 사이가 좋기 때문에 협진팀을 구성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도 관상동맥우회술 실적은 없다고 했다. 병원 내에서 관상동맥우회술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는 “오픈 하트(open heart surgery)를 할 정도는 아니지만 관상동맥우회술 정도는 할 수 있다”며 “장비의 문제지 기술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례별 인정=언제든 삭감 가능”

심장스텐트 개수 제한 폐지로 추가 투입되는 건강보험재정을 줄이기 위해 삭감의 여지를 남겨뒀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급여 기준 내용 중 ‘사례별로 인정한다’는 부분을 독소조항으로 꼽고 있다.

복지부는 심장스텐트 협진을 의무화하면서 예외조항으로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응급 상황인 경우에는 심장통합진료를 거치지 않더라도 사례별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응급 환자에게는 협진 없이 심장스텐트 시술을 해도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사례별’이라는 단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아니겠느냐”고 비판하고 있다.

심혈관중재학회 전동운 보험이사는 “사례별로 인정하겠다는 건 상황에 따라 삭감될 수도 있다는 것으로, 독소조항”이라며 “협진이 필요한 상황인지 아닌지는 그 환자의 주치의가 판단할 문제이지 급여 기준으로 강제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중소병원장은 “사례별로 인정한다는 애매한 문구 자체가 객관성이 결여된 것으로, 말도 안 되는 급여 기준”이라며 “(심장스텐트) 개수 제한을 풀면서 추가로 들어가는 재정을 시술을 줄여 충당하겠다는 꼼수 아니냐”고 했다.

복지부는 심장스텐트 시술 관련해서 흉부외과와 심장내과 간 이견이 큰 상황에서 이번 급여 기준은 ‘최선의 안’이라는 입장이지만 일선에서는 이래저래 ‘최악의 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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