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현 대표 간사랑동우회


[청년의사 신문 윤구현]

심야에 번화가에서 택시를 잡아 본 사람은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택시를 쉽게 잡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과거 오랫동안 관행이었던 ‘따블’과 ‘따따블’이 그런 것이었다. 정부가 단속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것을 양성화하자는 시각도 있다.

심야에 택시 잡기가 어려운 이유는 택시라는 서비스의 공급과 수요가 불균형하기 때문이다. 택시의 수요는 출근시간과 자정을 전후해서 몰리지만 이 시간대에 특별히 공급이 더 많은 것은 아니다. 택시 기사들은 이 시간에 하루 매출의 대부분을 올려야 하지만 정부가 정한 요금만을 받아야 하고, 장거리 손님을 태우고 싶지만 승차 거부 단속을 신경써야 한다. 반대로 택시를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은 자정 즈음에 30분 이상 택시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한다.

올 여름 2010년 미국에서 시작된 ‘우버’라는 서비스가 국내에 진출했다. 우버는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 일종의 콜택시이다. 전용앱으로 출발지와 도착지를 선택하면 가까운 곳에 있는 ‘우버 기사’가 연결된다. 비용은 택시보다 2~3배 더 비싸지만 택시보다 나은 서비스가 장점이다.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을 때 운전기사의 복장이 엉망일 수도, 차에서 퀴퀴한 냄새가 날 수도 있다. 차문을 열어주는 일도 결코 없고 짐이 많아도 트렁크를 열어주는 것 이외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는 없다. 택시 기사들도 마찬가지여서 자주 술취한 진상 손님들을 만나지만 손님을 가려서 받을 수는 없다. 어떤 손님이 문제를 일으킬지 미리 알 수도 없고 손님을 가리는 것(승차거부)은 엄연한 불법이다. 그러나 우버는 승객과 기사가 서로를 평가하고 그 결과가 공개 되기 때문에 기사와 승객 모두 적절하게 서로를 의식하게 된다. 실제 우버를 이용한 사람들은 택시를 잡기 어려운 시간에 쉽게 부를 수 있고 깨끗한 고급차에서 친절한 기사에게 받는 서비스에 만족했다.

전 세계 40개 도시에 진출한 우버는 여러 나라에서 기존 택시 업계, 지방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유럽에서는 택시기사들이 파업을 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사업용 자동차가 아니면 여객운송을 할 수 없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고발 된 상태이다. 서울시는 우버앱 차단을 위해 법을 개정하겠다고 하고 별도의 콜택시앱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시행된 것은 없다.

우버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엄연한 법률 위반이며 택시처럼 기사의 자격을 사전 검증하지 못하는 점, 사고가 났을 때 보험처리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우버는 자신들은 기존 인허가된 렌터카회사, 리무진기사들과 승객을 연결시켜줄 뿐이며 앱으로 기사의 정보를 전달하고 실시간으로 이동 경로를 지인에게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보험 문제 역시 대리운전의 예를 보면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택시업계는 수십년간 좋지 않은 상황에 몰려 있다. 택시 요금은 정부(지방자치단체)에서 결정하는데 그나마 물가인상률을 따라갈 정도의 인상은 되고 있다. 그러나 택시 운행의 가장 큰 비용인 유류비는 90년대 말에 비해 4배 가까이 올라 운송수입의 10%를 차지하던 것이 지금은 30%에 이르게 되었다. 버스와 지하철과 같은, 경쟁하는 다른 대중교통수단이 발달했고 자가용을 가진 사람들은 더욱 늘어 택시의 수요는 지난 10여년간 20% 이상 감소했지만 차량 대수는 오히려 10% 늘었다.

택시의 서비스가 나쁜 것은 정부가 정하는 획일적인 요금 때문이기도 하다. 개별 기사의 서비스가 나쁘더라도 대도시에서 손님이 그 기사를 다시 만날 확률은 0%에 가깝다. 이미 가격이 정해져 있으니 기사는 시간과 비용이 드는 서비스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 그저 손님이 원하는 곳에 내려주면 그만이다. 차 문을 열어준다거나 트렁크에 짐 실어주는 것은 쓸데 없는 낭비일 뿐이다.

개인택시 기사, 택시 사업자들로서는 정부가 택시를 사주는 것도, 택시 기사가 되는 과정을 지원해주는 것도 아닌데 요금을 규제하고 승객을 마음대로 골라 태울 수도 없게 하는 정부가 미울 것이다. 게다가 버스와 지하철에는 정부 지원이 있지만 택시는 그것도 없다.

그런데 공급자에게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고, 서비스 가격을 나라에서 정하고, 서비스 공급자에게 소비자를 거부할 권리를 주지 않으면서, 일정한 자격을 가지지 않은 자의 서비스 공급을 법으로 제한하는 분야가 또 있다는 사실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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