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말기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의 인프라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감에서 보건복지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현재 호스피스·완화의료전문기관으로 등록된 곳은 54개 기관이며 전체 병상은 883개에 불과했다. 한해 평균 암사망자가 7만5,000여명인 것에 비하면 호스피스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 셈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제공하는 기관이 없다보니 말기암 환자들은 사망 직전까지 CT와 MRI, PET같은 고가의 검진기계와 항암제로 무의미한 연명을 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사망 3개월을 앞둔 암환자들의 의료비 지출을 조사해보니 한해에 7,000억원이 넘었다.

국내에서 호스피스 시설이 부족한 이유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들 입장에서는 검사나 처치도 하지 않으면서, 호스피스에 대한 별도의 수가도 책정되지 않다보니 기피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민간병원뿐 아니라 국공립 병원들도 마찬가지다. 과거 국립암센터의 경우 100개의 호스피스 병상을 확보할 계획을 세웠지만 연간 20억원의 적자가 나온다는 예상이 나오자 포기했다. 최근에는 대구의료원이 운영하고 있던 호스피스 병동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되자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물론 정부도 시범사업 등을 통해 호스피스를 제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3년부터 두 차례 시범사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가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호스피스를 일당정액으로 시작하자니 증상 완화를 위해 필요한 검사나 처치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문제에 부딪쳤다. 일정액제에 행위별수가를 결합한 형태로 결정하자니 성직자나 사회복지사, 미술치료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수가를 책정해야한다는 주장에 부딪혀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과 같은 의료선진국은 오래전에 호스피스 제도를 정착시켰다. 유럽은 호스피스 병동의 운영비용 전액을 국가가 지원한다. 미국의 경우 가정에서 호스피스 병동과 거의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환자 사망 후 1년까지 가족들을 상담하며 관리해 가족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우리나라 암환자들은 평온하게 죽을 ‘웰 다잉(Well-dying)’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지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란 이유로 불필요한 고가의 약과 검사에 엄청난 액수의 재정을 낭비하는 것 보다는 말기암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호스피스에 투자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작년 정부는 2020년까지 호스피스 병상을 1,500개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그 말이 허언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호스피스에 대한 정책과 수가를 포함한 지원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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