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경찰청은 만취자를 병원으로 보내는 ‘주취자 원스톱 응급의료센터 제도’를 서울에서 6대 광역시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스로 음주를 조절하지 못하고 인사불성이 되는 것과 주사를 질병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구대 등 지역 경찰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주취자 원스톱 응급의료센터는 2011년 10월부터 서울에서 시행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주취자의 건강을 돌보겠다고 만들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술에 취한 사람들’을 전부 응급실로 떠넘기고 있었다. 심지어 주취자 자신도 응급실에 온 이유를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주취자 체크리스트는 응급실로 데려오기 전에 기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응급실에 환자를 데려다 놓은 다음 형식적으로 기재하고 넘어가기 일쑤였다. 이런 일이 빈번하다보니 의료진은 체크리스트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경찰이 데려다 놓은 주취자가 난동을 부리거나 폭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었다.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던 의사에게 손가락이 좀 찢어진 주취자가 자신을 먼저 봐주지 않는다고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심지어 대체하기 힘든 인력인 의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폭력은 다른 환자들의 진료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응급실에서 폭력을 행사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지만 인사불성이 된 사람들은 이를 무시하고 행동했다. 더 큰 문제는 경찰이 이를 보고도 ‘술 취하면 그럴 수도 있다’면서 가벼이 넘어가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않은 채 전국으로 주취자 응급센터를 확대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우선 해결해야할 문제는 주취자 중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형식적인 체크리스트가 아닌 실효성 있는 문항들이 필요하다. 일선의 경찰들도 ‘진짜 환자’를 선별하려고 노력해야 함은 기본이다. 필요하다면 경찰들에게 응급상황에 대한 기본교육을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또 별도의 기금을 들여 병동이나 시설을 함께 두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현재 보라매병원의 경우 행려자들을 위한 별도의 구역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참고해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신 별도의 시설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병원에 별도의 세금을 투여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음주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연구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수십조에 이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음주자들은 자신에게 문제는 없다는 식으로 착각한다. 이런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공공재인 응급실이 마비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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