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경찰이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병원 응급실을 활용하는 방안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서울 몇몇 공공병원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는 ‘주취자 원스톱 응급의료센터’를 6대 광역시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말이 좋아 주취자 원스톱 응급의료센터지, 그냥 공공병원 응급실 병상을 응급 환자들과 함께 이용하고 있다.

경찰이 주취자 응급센터를 6대 광역시로 확대하겠다는 이유도 어이없다. 일부 언론을 통해 경찰이 밝힌 이유는 “주취자 응급센터가 취객을 보호하고 지구대 등 지역 경찰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지역 경찰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른 곳도 아닌 응급실을 만취자들에게 내어줘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경찰은 지구대와 파출소로 인계된 만취자 중에서 상태가 심한 사람만 선별해서 주취자 응급센터로 보내고 있다면서 체크리스트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만취자를 응급실에서 돌봐야 하는 의료진은 “술에 취하면 무조건 데리고 오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경찰이 데려오는 만취자 때문에 정작 응급한 중증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지 못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고 한다.

경찰이 의학계에 자문해 만들었다는 체크리스트가 응급 진료가 필요한 만취자를 선별하는데 효과적인지도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응급실은 응급환자들을 위한 곳이다. 이런 곳에 술에 취해 경찰도 감당이 안되는 사람을 응급 환자들과 함께 두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경찰이 데려온 만취자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응급실 내 사고는 어떻게 하는가.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의료진 폭행 사건의 가해자 중 상당수가 주취자인 상황에서 경찰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가해자가 될지도 모르는 주취자를 자신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병원에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그래 놓고선 주취자 응급센터를 통해 최근까지 만취자 1만8,000여명이 보호를 받았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데려온 만취자 1만8,000여명을 돌보느라 밤새 시달렸을 서울 지역 공공병원 응급실 5곳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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