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 인권위의 ‘성희롱 예방안내서’ 문제점 지적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국가인권위원회가 진료실 내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한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대해 의료계 내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22일 인권위가 발표한 ‘진료과정 성희롱 예방안내서’에 대해 “의료 현실을 벗어난 몇 가지 논란이 될 만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며 문구와 내용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선 대학병원 분만 과정에서 레지던트가 수시로 내진하는 것이 불쾌하다는 사례에 대해 의사가 아닌 실습생 참관이라고 설명한 점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의 성희롱 예방안내서는 “산모의 분만이나 진료 시 오로지 교육의 목적만이 인정되고 의료진의 성적 함의가 없음이 입증되면 실습생 참과 자체로는 성희롱이 성립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수련과 교육이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산모나 환자의 인격권을 보장해야 하므로 사전에 어떤 목적과 과정으로 실습이 이뤄질지 설명하고 반드시 참관 동의를 구하도록 한다. 이때 의료진은 환자의 거부 의사를 존중하고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사회는 “레지던트는 병실 주치의로 분만 과정에 수시로 내진하는 것은 환자의 순산을 돕기 위한 당연한 진료 행위이며 이를 실습생 참관으로 설명해 환자가 거부 의사를 보이면 의료진은 존중해야 한다고 안내하는 것은 환자의 분만을 위험하고 만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는 “레지던트와 인턴은 실습학생이 아니라 환자 진료를 함께 책임지는 의료진이라는 설명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위가 진료실 내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한 샤프롱(Chaperone) 제도와 탈의실 및 상담실 구비 등에 대해서는 수가 반영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사회(AMA,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와 영국의사회(GCM, General Medical Council)가 도입한 샤프롱제도는 진료실이나 검사실에서 여성·미성년자·지적장애 환자 등을 진료할 때 가족이나 보호자, 간호사가 동석하는 제도를 말한다.

서울시의사회는 “샤프롱제도와 탈의실 및 상담실 구비는 바람직한 예방책이기는 하나 이를 진료 현장에서 실현시키려면 이에 대한 인건비와 시설 투자가 수가에 반영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홍보는 환자들에게 병의원이 당연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오해를 하게 해 의료진과의 신뢰관계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가 제시한 성희롱 사례 대부분이 산부인과와 관련된 것이어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안내서의 사례가 대부분 산부인과와 관련된 것”이라며 “현재 산부인과는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전공의 미달 사태, 전문의들의 분만진료 포기로 전국에 분만실이 없는 시군구가 50여개에 달해 임신부들이 분만실 찾아 위험한 원정 출산을 하고 있고 경험 많은 산과의 부족으로 인해 모성 사망률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이어 “국가기관이 발행하는 대국민 안내서에 분만실 주치의인 전공의의 진료를 실습으로 폄훼해 제한하자고 하고 수련기관에서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의대생과 수련의의 분만 진료 참관을 최소한으로 권고하는 것은 장차 산과의 감소와 경험 부족을 가중시켜 우리 여성들의 분만 환경을 더욱 위험하게 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실력 있는 의사 양성이 안전한 분만과 여성 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임을 국민들에게 홍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