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심리학과 건강

[청년의사 신문 박진영] 옆구리가 시리다거나 뼈에 사무친다는 등 ‘외로움’을 나타내는 말들에는 신체적인 괴로움에 빗댄 표현들이 많다.


그리고 실제 많은 연구들에 의하면 외로움이나 소외감 등을 느낄 때 활성화 되는 뇌 부위가 신체적인 고통을 느낄 때 활성화 되는 뇌 부위와 거의 겹치는 등 외로움이 주는 아픔은 ‘진짜’ 아플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외로움과 신체적 고통이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사실에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를 먹으면 외로움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렇게 외로움이 일상생활에서도 실제 ‘아픔’과 관련을 보인다면, 통증을 고질적으로 느끼는 환자들에게서는 어떨까. 이들에게서도 외로움이 통증을 더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최근 건강 심리학(Health Psychology) 저널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섬유근통증후군(fibromyalgia)이라는 만성 통증 질환을 겪는 환자들에게서 평소 외로운 정도 및 하루하루 외로움을 느낀 정도가 통증 정도와 관련을 보였다고 한다.

우선 고질적으로 외로워하는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일반적으로 더 심한 통증을 느꼈다. 그리고 매일의 외로움과 통증의 관계를 관찰한 결과 외로움을 더 느낀 날은 그만큼 더 아픔을 느끼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그 결과는 나이, 결혼 여부 등의 인구통계학적 변인들 및 우울증상 같은 기타 심리적 요인과 상관없이 유효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실제 통증을 치료하는 것뿐 아니라 외로움을 케어(care)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들뿐 아니라 같은 병에 걸려도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불행하고 예후가 좋지 않은 등 외로움은 다양한 환자들에게서 병을 악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환자들의 외로움은 결코 가볍게 볼만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외로움은 단순히 ‘친구가 많은 것’이나 객관적으로 활발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정도보다 피상적이지 않은 ‘양질의 관계’들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와 더 큰 관련을 보인다.

환자들이 양질의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에 대한 많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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