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곽성순] 정부가 9월말부터 만성질환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끝까지 시범사업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의협과는 달리 결국 일부 지역의사회가 참여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복지부는 이를 의료계 변화의 시발점으로 평하며 이를 계기로 의정협의 시 진행했던 38개 과제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래저래 복지부의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냉정하게 시범사업을 살펴보면 그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부 지역의사회가 참여한다지만 실제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6곳에 불과하고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만성질환자 수는 1,200명이 전부다.

그마저도 절반은 대조군으로 원격모니터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다. 이제 와서 복지부는 1,200명이라는 환자 수가 시범사업을 기획하며 염두에 뒀던 수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지금까지 의협의 참여를 그토록 원했던 것은 무슨 이유였나. 미리 계획된 수라기보다는 참여기관 수에 맞게 책정했다는 것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어찌됐든 만성질환자들이 참여하는 의사-환자 간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들이 실제 말로만 듣던 원격모니터링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의료계에서는 원격의료나 원격모니터링에 대한 수많은 논의와 우려가 나왔지만 정작 일반인들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환자들이 이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면 ‘원격의료’와 ‘원격모니터링’은 막연한 단어가 아닌 실체가 돼 국민들에게 각인될 것이다.

이럴 경우 의료계의 반대는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크다. 환자들 사이에서 ‘괜찮다’, ‘편리하다’는 반응이 나온다면 정부의 정책 추진에 큰 힘이 실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환자들 사이에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한달에 한번, 길면 세달에 한번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에게, 대면진료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매주 한번씩 의사와 교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자에게는 장비는 물론 임상검사비와 진찰료까지 지원된다. 환자들이 싫어할 이유를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 정부가 의료계 반대를 뒤로하고 규모를 축소하면서까지 시범사업을 강행하는 것에는 이런 계산이 어느 정도 깔려있을 듯하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의료계가 반대하는 것과 무관하게 국민들은 원격의료와 원격모니터링에 대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들의 반응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알 수 없지만 국내 의료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도 있는 중대한 시험의 공은 이제 국민에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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