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정부가 담뱃값을 정말로 올릴 듯하다. 지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담뱃값 2,000원 인상이 최종 결정됐다.

이번에만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물가와 연동해서 담뱃값을 지속적으로 인상하겠다고 한다. 또 담배를 판매하는 소매점에서는 허용됐던 광고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담배회사의 문화행사 지원도 차단하겠다고 한다. 담뱃갑에 혐오스러운 폐암사진이나 부식된 치아사진 등도 게재할 예정이다.

흡연자를 줄이기 위한 일련의 정책들은 옳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담뱃값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흡연율도 높다. 19세 이상 남성의 흡연율은 43.7%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청소년들의 흡연도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시행하는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의 흡연율은 24.1%로 웬만한 국가의 성인 흡연율에 달하는 수치다. 이는 설문조사에 의한 수치일 뿐 실제로는 그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흡연율이 높은 것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있겠지만 가장 큰 부분은 낮은 담뱃값에 있다. 이미 담뱃값과 흡연율의 상관성은 여러 연구에서도 밝혀졌다. 세계은행 조사결과 담뱃값을 10% 인상시키면 담배 소비는 3~5% 줄어든다고 한다. 우리정부가 2004년에 500원을 인상했을 당시에도 성인 남성 흡연율이 57.8%에서 44.1%로 떨어졌었다.

문제는 담뱃값 인상으로 불어나는 세수다.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세수는 2조 8,000억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에 있던 건강증진세에 사치품에 붙이는 개별소비세를 추가하겠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지방세인 담뱃세에 중앙정부가 손을 뻗친다는 의미다. 이러다보니 복지를 위해 꼼수로 증세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이참에 불필요한 오해는 깨끗하게 털어버리는 것이 좋다. 과거에도 1조가 넘는 담뱃세를 걷었지만 금연 클리닉 등 흡연자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간 부분은 200억원도 되지 않았다. 건강증진기금의 절반은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고 건강보험재정으로 들어갔다.

이번 담뱃값 인상이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늘어난 재원으로 흡연율의 실질적 감소를 위한 비가격정책에 대폭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흡연자의 금연을 돕는 방안도 당연히 필요하다. 둘째는 지금까지 정부가 크게 신경 쓰지 못했던 ‘질병 예방 및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데 힘써야 한다. 그래야만 담뱃값 인상이 우회적인 증세가 아니라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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