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행정학회 토론회서 美 케어모어와 같은 한국형 ACO모델 필요성 부각

[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개원가는 물론 중소병원들의 경영난이 심각해지고 그에 따라 의료전달체계 부실구조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새로운 통합의료시스템인 '한국형 ACO(Acountable Care Organization, 책임진료기구)'가 부각되고 있다.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은 지난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본관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임상보험의학회 학술집담회 및 한국보건행정학회 제 4차 정책토론회에서 의료취약 지역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의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벗어나 응급의료, 중환자진료, 만성질환 관리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준공공형 지역중추병원'의 모델의 필요성을 주창하며 '한국형 ACO'를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준공공형 지역중추병원을 중심으로 1차 의료기관들과 연계해 책임의료 네트워크를 만들어 의료자원을 재분배하는 새로운 통합의료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이사장의 주장이다.

이 이사장은 이날 ‘고령자 케어(Care)와 의료공급체계의 혁신’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미국의 ACO를 벤치 마킹해 한국형 ACO모델을 도입하고 새로운 의료전달체계를 구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의료는 2000년 의약분업 이래 의약대란, 건보재정 통합 등을 겪으면서 초고령화 사회, 만성질환 중심의 질병구조 변화, 급증하는 의료비 등 급속한 변화에 직면했다"면서 "이에 비해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인 의료공급을 막을 방도는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요양병원이 정책실패의 단적인 예시"라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장기요양 육성으로 10여년 만에 병원수가 2,700개로 늘어나는 등 양적팽창이 이뤄져 급성기까지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의료공급체계의 개편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게 이 이사장의 생각이다.

이를 테면 미국의 케어모어(CareMore:Medicare Advantage company)와 같은 ACO모델이 새로운 답을 줄 수 있다고 그는 전했다.

케어모어는 평균 75세의 메디케어 환자 7만명을 대신 돌보는 회사로 연방정부로부터 1년간 병원비와 진료비 총액을 지급받으며 가입자들의 진료와 건강관리를 대신 수행해 준다.

케어모어는 낙상환자, 약물처방복용여부 등 건강관리와 질병 예방에 집중해, 의료비 지출을 줄임으로써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케어모어의 통합적 서비스는 당뇨병 환자의 87%가 적정혈당을 유지하고 울혈성 심부전 입원율도 평균보다 39% 낮추는 성과를 올렸다.

이 이사장은 "케어모어는 고령자의 낙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발톱을 깎아주고 체중계를 지급해 몸무게를 체크하는 등 전반적인 케어를 해 준다"면서 "이러한 종합적인 케어는 싱가폴은 물론 전 세계적인 주요이슈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ACO모델도 이와 유사하다. ACO는 1차 진료를 포함해 모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여기에는 대학병원, 병원, 의원, 요양원 등의 기관이 한 그룹으로 묶여 할당된 환자들에게 모든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면 정부는 정해진 환자 1인당 연간 급여액수만 지급하고 ACO는 요양기관에 따라 급여비 배분율을 정해 나눈다.

2009년에 처음 시범사업이 시작됐지만 지난해 1월에는 100개의 ACO가 만들어지는 등 빠른속도로 사업이 확산되고 있다는 게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나아가 미국 오레건 주에는 ACO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CCO(Coordinated Care Organization) 모델이 시행되면서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모델은 자발적 참여인 ACO와 달리 주의회의 주도하에 의무적으로 시행되는데 의료공급자, 소비자, 지방정부, 지역사회 대표들이 공동의 의사결정을 통해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점에 착안해 이 이사장은 한국형 ACO모델 도입을 제시했다. 준공공형 지역중추병원을 중심으로 1차 의료기관과 연계해 공단과 변형적인 총액계약을 맺는 형태다.

이 이사장은 "한국형 ACO모델이 도입되면 환자가 아파야 돈을 버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환자가 더 건강할수록 병원이 돈을 버는 방식으로 변하게 된다"면서 "병원 간 환자 정보를 공유해 중복검사 등이 줄어 연계의료시스템의 장점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진료권 재설정, 의료기관 기능과 역할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이 이사장은 "과거에는 지역적인 접근성을 중심으로 진료권이 구성됐지만 이제는 지역공동체로서의 생활권과 의료공급의 자기완결성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면서 "전국을 인구 30만명에서 50만명 단위로 나누고 지역특성에 맞는 진료권역을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2차 의료에서 종합병원의 역할을 세분화해 규모별·기능별 틀을 나누고 현행 의료법상의 종별 분류를 단순 병상규모 뿐만 아니라 기능과 역할에 따라 세분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일차의료의 개념을 오피스형 클리닉이 아닌 만성질환자를 관리하는 통합의료로서의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연계의료의 관점으로 재설정해야하고 장기요양이나 홈케어 영역을 유기적으로 연계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불방식과 질 평가방식은 "개별 의료기관이 지역단위의 포괄적인 그룹단위로 변동시켜 총액계약제 같은 형식을 띠면서 주기적인 평가를 통한 인센티브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전체 판을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유통구조는 15년 만에 동네슈퍼, 재래시장, 백화점 등의 틀이 붕괴됐듯이 지금의 의료공급체계도 존속하기 어렵다"면서 "원격진료와 U헬스가 결합된다면 어떻게 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고령자 케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의료공급구조와 모델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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