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윤의 리씽킹 이노베이션


[청년의사 신문 배성윤]

경영여건이 날로 어려워지는 요즘, 병원 경영진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혁신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주위에 성공한 병원의 방법론을 재빨리 도입해보지만 성과가 보잘 것 없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혁신에 성공하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의 차이는 작지만 결코 시시하고 작은 문제가 아니다.

혁신에 성공하는 병원의 사소한, 그러나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특징 세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는 혁신 과정에 대한 참여와 정보 공유가 매우 활발하다는 점이다. 직원은 물론 환자와 고객까지 동참시켜 발견해낸 아이디어는 책임이 맡겨진 몇 명의 머릿속에서 나온 발상에 비해 현실성이 높다. 자잘한 실패에도 금세 털고 일어나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강한 유대감의 형성은 덤이다. 혁신에 성공하려면 원장님의 강력한 리더십만큼이나 중간관리자와 일선 직원의 주인의식도 중요하다. 병원의 핵심 직원만이 알고 있고 그들에게만 맡겨진 혁신은 조직의 자산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둘째, 직원들의 동참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팀은 있게 마련이다. 요즘은 혁신팀이 마치 병원의 상시조직처럼 흔해졌지만, 그 중요성에 비추어 합당한 대우와 지원을 받는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다. 공간도 한쪽 구석에 있는데다 원장님과 팀원 말고는 거기서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른다. 정말 중요한 일을 하는 팀을 위해서라면 원장실까지 내어주는 통 큰 리더십이 필요하다. 혁신을 중심에 놓고 싶다면 작업환경도 병원공간의 중심에 있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물리적 공간이 동기부여와 참여의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셋째, 혁신의 끝은 기발한 아이디어 그 자체가 아니라 고객가치나 병원수익으로 이어지는 결과물이다. 공모나 경진대회를 통해 발굴된 아이디어의 추진은 별도의 전담팀에게 맡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추진팀은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과 열정이 부족하기 마련이고 간혹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현실에 매몰되는 경우도 많다. 이것이 혁신의 가장 큰 함정이다. 성공적인 혁신은 최종 산물이 원래의 아이디어와 유사하지만 똑같지는 않다. 따라서 추진팀의 구성원 중 적어도 한 명 이상은 초기의 아이디어개발 단계부터 마지막 사업화 단계까지 지속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아이디어와 실제 결과물에 차이가 별로 없는 경우도 있다. 우리 인류와 침팬지의 DNA 차이가 채 1%도 되지 않지만 둘의 차이가 엄청나듯이 혁신에 성공하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의 차이는 작지만 매우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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