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크루드, 1차 치료제 시장 굳건…장기간 실제 임상효과 강점비리어드, 내성발현율·복약순응도 유리…시장 확대가 관건

약은 병을 치료한다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 상품이다. ‘약’을 주로 ‘전인적’ 시각에서 바라보지만, 많이 팔아서 이익을 얻어야 하는 상품임도 간과할 수 없다는 말이다. 때문에 약을 만든 제약사들은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사용되게끔 ‘근거’를 만들고, 때로는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또한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비아그라 vs 시알리스’, ‘리피토-크레스토’ 등과 같은 라이벌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에 라이벌 11쌍(22개 의약품)을 선정해, 매주 한 쌍씩 그 경쟁을 정리해 봤다. 그 두 번째 시간으로 ‘ABCD전투’를 4회에 걸쳐 게재한다.

[청년의사 신문 이정수]

만성B형간염 치료제인 BMS의 ‘바라크루드’(성분명 엔테카비르)는 한때 매출액 1,500억원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현재도 국내 원외처방 의약품 시장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존 치료제들이 높은 내성발현율을 나타냄에 따라 신약 출시가 목말랐던 상황에서 1%의 내성발현율을 나타낸 바라크루드는 의료진에게 필수적인 옵션이 됐다. 이에 바라크루드는 2007년 출시 직후부터 1차 치료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나갔다. 그러나 2012년 길리어드의 만성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성분명 테노포비르)가 출시되면서 바라크루드의 끝없는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서로 다른 계열로 출시된 두 제품은 현재까지도 원외처방 시장 내 대표적인 ‘라이벌’로 손꼽히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우수한 바이러스 억제 효과와 내성발현율이 입증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두 제품은 현재 1차 치료제 시장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바라크루드, B형간염 치료 새 장 열다

2007년 바라크루드가 출시되기 전 국내 만성B형간염 치료는 뉴클레오시드 계열 약제인 ‘제픽스’(성분명 라미부딘)와 뉴클레오티드 계열 약제인 ‘헵세라’(성분명 아데포비어) 등이 주요 약제로 사용됐다. 그러나 라미부딘의 경우 3년 이상 복용 시 내성발현율이 50%에 달하는 등 이 약제들의 장기간의 임상 과정에서 높은 내성발현율을 보이는 것이 확인됐다. 만성적인 치료를 요하는 질환의 치료제로서는 한계를 보인 것이다. 심지어 국내 일부 의료진 사이에서는 내성발현율을 우려해 아예 쓰면 안 된다는 의견까지 거론되기도 했을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2007년 ‘성인(16세 이상) 만성B형간염 바이러스의 치료’를 적응증으로 출시된 뉴클레오시드 계열인 약제인 바라크루드는 1% 내외의 내성발현율을 나타내 의료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간 발표된 내성발현율에 대한 바라크루드 임상을 살펴보면, 바라크루드는 뉴클레오시드 치료 경력이 없는 환자 5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3년간 1% 미만(2명)의 환자에서 내성이 확인됐다.

바이러스 억제를 통한 간조직 개선 효과 또한 기존의 같은 계열 약제인 라미부딘보다 효과적인 것이 확인됐다. BMS에 따르면, 바라크루드는 HBeAg 양성 환자 709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022 연구와 HBeAg 음성 환자 63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027 연구를 통해 1년간의 치료에서 라미부딘보다 우수한 간조직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또 022, 027 연구에 참가했던 초 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901 연구에서는 치료 5년차에서도 94%의 환자가 ‘바이러스 반응’(Virologic response, HBV DNA 400 copies/mL 미만 검출)을 나타내는 것이 확인됐다. 전체 환자 중 64%인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치료 5년차에서 95%가 HBV DNA ‘미검출’(undetectable)을 달성했다. 901 연구를 통해 평균 3.5년간의 follow up 기간 동안 전체 1,051명의 환자 중 1%만이 부작용으로 인해 복용을 중단했다.

기존 치료제 대비 낮은 내성발현율과 높은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갖춘 바라크루드는 2010년 만성B형간염 치료제에 적용됐던 급여 인정기간이 폐지되면서 매출이 급격하게 상승했으며, 2011년 1월부터는 월 원외처방 조제액이 100억원을 넘어서며 연간 1,000억원대 블록버스터대열에 진입했다. 이어 비리어드가 출시되기 직전인 2012년 중순에는 월 원외처방 조제액이 130억원을 넘어서며 전성기를 맞이했고, 그해 바라크루드는 1,500억원 수준의 원외처방 조제액을 기록했다.

바라크루드 대항마, 비리어드

2010년부터 원외처방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낸 바라크루드는 2012년 1,500억원을 기록하며 유례 없는 수치를 기록했으나, 비리어드의 등장으로 바라크루드의 독주체제에 제동이 걸렸다. 바라크루드와는 다른 뉴클리오티드 계열의 약제이면서 임상을 통해 바라크루드에 뒤지지 않는 효과를 입증했기 때문이었다. 길리어드가 진행한 등록임상 102, 103연구에 따르면, 비리어드는 HBeAg 음성 및 양성인 대상성 간질환 환자 총 641명을 대상으로 48주 동안 투여한 결과, 바이러스반응을 보인 환자의 비율은 HBeAg 음성 환자에서 99.3%, HBeAg 양성 환자에서 99.4%였다. 아울러 HBeAg 음성 환자 중 8.35%, HBeAg 양성 환자 74.2%가 ALT 수치 정상화를 보였다. 길리어드에 따르면, 이 등록임상은 계속 진행돼 지난해 미국간학회에서는 7년차 연구 결과가 발표됐으며, 7년간의 치료기간 중 내성보고는 0건이었다.

또 102, 103 연구 5년 결과의 하위 분석을 통해 간생검 조직 검사를 받은 환자 총 344명을 대상으로 괴사염증 점수와 섬유화 단계를 평가한 결과, 전체 환자 중 87%에서 Knodell 괴사염증 점수가 최소 2점 이상 향상됐으며, 조직학적 소견상 간경변증에 해당됐던 환자 96명 중 74%는 5년째에 더 이상 간경변증 소견을 보이지 않았다.

장기간의 연구를 통해 입증된 0%의 내성발현율과 간섬유화, 간경변증의 조직학적 개선이 입증된 비리어드는 1차 치료제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면서, 바라크루드의 행보를 저지하는 대항마로 등장했다.

비리어드, 내성발현율 ‘0%’

바라크루드와 비리어드가 뛰어난 바이러스 억제 효과와 절대적으로 낮은 내성발현율을 나타낸 것은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출시된 비리어드에 의료진이 주목했던 것은 뉴클레오시드 계열 제제인 라미부딘에 대해 내성을 보인 환자에서 뛰어난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입증했기 때문이었다. 국내 만성B형간염 치료는 바라크루드가 출시되기 이전까지 주로 라미부딘이 사용돼왔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라미부딘에 대해 내성을 보이는 환자가 상당수였으나, 길리어드에 따르면 라미부딘 내성 환자에서 같은 계열 약제인 바라크루드를 5년 동안 사용했을 시 내성발현율은 51%에 달했다. 반면 비리어드는 라미부딘 내성 환자 280명을 대상으로 96주간 치료한 121 임상연구에서 89.4%의 환자로부터 바이러스 반응률을 나타내며 유의한 효과를 입증했다. ALT 수치의 경우 62%가 정상화를 보였다. 특히 이 연구에서도 비리어드에 대한 내성은 보고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BMS측은 바라크루드 또한 뉴클레오티(시)드계 약물 치료 경험과 관계없이 우수한 바이러스 억제효과를 나타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라미부딘 치료 경험이 있어도 내성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의 바이러스 반응률은 약물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와 유사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라미부딘에 대한 치료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성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로 한정지은 BMS의 주장은 국내에서 라미부딘을 경험한 환자의 다수가 내성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비리어드는 바라크루드의 내성에 대해서도 단독요법에 대한 효과를 입증했다. 이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5개 병원 내 만성B형간염 환자 중 바라크루드에 대해 내성이 확인된 90명을 대상으로 비리어드 단독요법과 비리어드/바라크루드 병용요법의 48주간 치료효과를 비교한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이 연구에서 평균 바이러스 반응률이 비리어드 단독요법군에서 71%, 병용요법군에서 73%로 나타나, 치료효과 측면에서 비리어드 단독요법이 병용요법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기존 치료제의 내성에 강한 비리어드는 같은 뉴클레오티드 계열 약제인 아데포비어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바이러스 억제효과가 입증됐다. 이에 대해 BMS는 in vitro 연구에서 아데포비어 내성변이(rtA181V/T 또는 rtN236T)가 있을 경우 비리어드에 대한 수용도가 3~4배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실제 연구에서도 아데포비어 내성 환자에 대한 효과가 초 치료 환자에 비해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바라크루드, 원외처방 매출1위

라미부딘이 국내 만성B형간염 치료에서 주로 사용됐던 만큼 기존 치료제에 대한 내성 치료는 비교적 비리어드에게 유리한 형국이지만, 1차 치료제는 이와 상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바라크루드가 출시된 2007년 이후 내성발현 우려가 급격하게 줄어든 치료가 가능해지고, 2010년부터 급여인정투약기간 제한이 폐지됨에 따라 만성B형간염 치료제 시장은 단기간에 크게 성장했다. 바라크루드 출시를 원동력으로 한 시장 규모 확대였던 만큼, 바라크루드의 매출 성장 역시 1차 치료제 시장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안정화된 내성발현율에 의해 만성B형간염 치료에 대한 벽이 낮아지고 급여 기준이 풀리면서 환자 유입이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발 늦은 비리어드는 출시 이후 기존 치료제에 대해 내성을 보이는 환자에게 필요한 대안임을 강조하며 시장을 넓혀갔다. 동시에 유한양행과의 공동판매를 통해 1차 치료제 시장에서의 비중을 높이는 데도 집중했다. 그러나 1차 치료제 시장은 현재까지도 바라크루드 매출의 기반이 되고 있다. 바라크루드를 초 치료로 사용하는 경우의 내성발현율은 1% 내외 수준인 만큼, 바라크루드를 안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환자가 비리어드로 교체할만한 이유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를 이유로 바라크루드는 지난해에도 1,626억원의 청구액을 기록하며 원외처방 1위 치료제로서의 입지를 이어나갔다.

국내 실생활 데이터 vs 복약편의성

바라크루드는 2007년 출시돼 1차 치료제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내 초 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수많은 실생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BMS에 따르면, 아산병원 내 1,23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한 결과, 치료 54개월 후 95% 이상이 바이러스 반응을 보였다. 삼성병원 1,00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생활 임상연구에서도 치료 5년 후 99.4%가 완전바이러스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성모병원에서도 바라크루드로 치료받은 80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3년차 효과를 분석한 결과 97.6%가 바이러스 반응을 보였고, 세브란스병원 내 544명의 간경변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생활 임상연구에서는 95% 이상이 바이러스 반응을 나타냈다. BMS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75만명 이상의 국내 환자가 바라크루드를 복용한 경험이 있으며 지난 8년간 국내 만성B형간염 환자 3명 중 2명이 바라크루드를 복용했다. BMS는 이를 근거로 임상과 실제 진료 환경 데이터 간에 큰 차이가 없으며, 이는 동반 질환이나 복약 순응도 등과 관계없이 일관성 있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길리어드는 비리어드에 대해 비교적 높은 복약편의성을 강조하고 있다. 비리어드의 경우 식사유무와 관계없이 1일 1회 복용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바라크루드는 공복 시(식사 2시간 후 또는 최소 2시간 전)에 복용해야하기 때문에 반드시 약 복용 전후로 4시간은 공복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이는 환자의 일상생활과 생활패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비리어드의 급여상한가는 5,285원으로, 바라크루드(5,878원)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또 비리어드가 성인과 12세 이상 소아에게 투여할 수 있도록 허가된 반면, 바라크루드는 16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투여할 수 있도록 허가돼 처방 가능 범위도 차이가 있다.


‘1위’는 바뀔 수 있다

두 제품 모두 초 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여러 임상을 통해 장기간의 바이러스 억제 효과와 낮은 내성발현율, 높은 안전성 등을 입증해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데이터만으로는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다만 비리어드의 경우 실생활 데이터를 포함 7년 데이터에서 내성이 한 건조차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 기존 약제인 라미부딘과 아데포비어 뿐만 아니라 2세대 약제인 바라크루드의 내성에 대해서도 단독요법으로 충분한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환자의 다약제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내성이슈가 가장 중요한 만성B형간염 치료에 있어 비리어드가 가지는 장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여기에 바라크루드와 달리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이 가능하다는 점과 비교적 가격이 낮다는 점은 바라크루드가 선점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후발주자인 비리어드가 1차 치료제로 선택될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다.

현재 바라크루드가 거머쥐고 있는 매출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향후 만성B형간염 시장이 꾸준히 넓어진다면, 더 이상 ‘1위’라는 타이틀의 주인공이 누가될지는 단언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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