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최근 3D 프린팅을 의료에 활용한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송현·강준규 교수팀은 3D 프린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동맥박리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한다. 대동맥 박리는 수술 중 사망률이 매우 높은 질환 중 하나다. 의료진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환자의 대동맥 모형을 만들어 정확한 스텐트의 길이를 측정하여 미리 시뮬레이션을 했고, 그 결과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었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심규원 교수는 4명의 두개골 결손 환자를 3D 프린터를 활용해 수술했다. 과거에는 플라스틱 ‘골 시멘트’를 활용해 수술실에서 의사가 어림짐작으로 두개골 형태를 손으로 만들어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결손부위와 정확히 일치하는 모양의 티타늄 보형물을 만들어 수술한다. 이 방법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고 한다.

보철 시장에도 3D 프린터 열풍이 분다. 척추 수술할 때 사용하는 수술용 스크류는 상용화 직전에 와 있다. 기존의 스크류와 가장 큰 차이점은 중간에 뼈가 자라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기존 주물 방식으로는 제작이 불가능했다. 의족, 의수와 같은 보형물에도 3D 프린터가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 심장이나 신장, 간, 대장, 소장 등의 장기도 머지 않아 3D 프린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실험실에서는 인간의 귀 모형을 제작해 주물을 만들고 그 내부에 연골 세포를 주입해 인조 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정부도 3D 프린터가 의료산업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초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현재 3D 프린팅 기술은 일반적인 의료보조 장치나 수술 전 시뮬레이션에 쓰이고 있지만 향후 더 발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전망과 매우 다르다. 이런 기술을 실제 환자에게 사용했을 때 금전적인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술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시행한 경우는 당연히 건강보험의 급여를 전혀 못 받고, 실제로 환자에게 3D 프린터를 활용하여 제작한 보형물을 삽입한 경우에도 급여 지원이 없다. 의학적인 안전성과 효용성이 입증되어 식약처 허가는 났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가격을 고시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갈 것을 우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비급여로 사용하는 것까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는 수년 후에 수십조가 될지도 모르는 의료산업의 새싹을 짓밟는 일이다. 정부는 거시적인 의료산업을 육성 방안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이런 손톱 밑 가시를 없애는데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의료 한류 분위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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