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약품 등 2011년 협회 선언후 리베이트…지난달에도 동참 '데자뷰'?

[청년의사 신문 이혜선] 최근 제약사들이 잇달아 ‘윤리경영’을 선언하며 불법 리베이트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제약업계 안팎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제약사들의 자정선언이 처음이 아닐뿐더러, 자정선언 이후에도 리베이트 적발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정선언 시기도 리베이트 제공 적발 횟수에 따라 해당 의약품의 급여정지 및 급여를 삭제키로 한 이른바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7월)에 맞춰 진행됐다는 점도 제약사들이 등 떠밀려 윤리경영선언을 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0일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단장 이성희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장)이 수사에 착수한 동화약품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2013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동화약품의 리베이트 제공 사실을 적발하고 검찰에 동화약품을 고발했다.

동화약품은 2010년 초부터 2011년 12월까지 전국 1,125개 병·의원에 자사 제품인 메녹틸 등 13개 의약품의 처방 대가로 다양한 형태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3~4년 전 일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게, 2010년은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는 물론 받은 의사도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해이고, 2011년엔 한국제약협회가 리베이트 자정선언을 한 해다. 제약협회는 2009년에도 자정선언을 한 바 있다.

즉, 제약협회 회원사이자 국내 최고(最古) 제약기업인 동화약품은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고, 협회를 통해 제약업계 내 자정선언이 이뤄졌음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리베이트를 한 것이다.

때문에 지난달 리베이트가 적발 후 동화약품이 제약협회의 윤리경영선언에 동참한 것을 놓고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말 뿐인 윤리경영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희한하게 제약업계의 자정선언이 있는 즈음에 리베이트 적발 소식이 터져 나온다. 때문에 정부가 제약업계를 물먹이려고 그러는게 아니냐는 말도 있다”고 정부의 행보에 불만을 터뜨린 후, “제약사들도 문제가 크다. 특히 동화약품이 리베이트를 한 시기에 대해 ‘간도 크다’는 말도 있다. 딴에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이득이 크다고 판단했겠지만, 제약업계 맏형으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윤리경영선언에 동화약품을 비롯해 리베이트가 적발된 회사들이 포함된 것을 놓고 ‘어차피 출근도장’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들린다”며 “관련 회사 입장에선 동참하지 않을 수도 없겠지만, 그만큼 윤리경영 선언이 형식적임을 반증한다. 공허한 선언으론 리베이트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거의 매달 제약사의 리베이트가 적발됐다.

우선 1월 전남지방경찰청은 전남 영암 모 병원 전현직 병원장과 이사장이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관계자 33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의약품 납품업체인 도매상과 계속 거래하는 조건으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업자들은 납품가의 30%를 리베이트로 주거나 병원 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조건으로 월 납품가를 20~30%가량 부풀려 해당 금액을 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2월에도 세브란스병원 의사 등 의료관계인 총 21명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CJ제일제당(현 CJ헬스케어) 강모 대표와 지모 영업상무 등이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자사 법인카드를 건네주고 사용 대금을 대신 결제해주는 식으로 33억 4,000만원의 금품을 제공했다.

리베이트 제공은 쌍벌제 이후에도 이어진 것으로 확인돼 연루된 의사 12명도 의료법 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됐다.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은 이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3월에도 리베이트 적발 소식이 이어졌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태평양제약이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을 포착하고 의약품 거래장부와 회계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해갔다. 아직 태평양제약 수사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같은달 대웅제약의 리베이트 수사 결과에 따른 검찰 수사결과도 발표됐다. 대웅제약은 2013년 10월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검찰 조사결과, 대웅제약은 2011년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총 423회에 걸쳐 의사 400여명에게 음악회 관람비용, 숙박비용 등을 대신 결제하는 방식으로 의사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5월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5월에는 창원지역 종합병원 관계자 및 의약품 도매상이 리베이트 수수로 기소됐다. 창원지검 마산지청은 의약품 납품거래를 빌미로 리베이트를 수수한 창원시 합포구 A종합병원 관계자 및 의약업체 관계자 등 9명을 기소했다. 이들이 2010년 6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받은 리베이트 금액은 1억 6,000만원이다. 같은 달에 강원과 경기, 충북지역 40여개 병원 의사와 3개 제약회사 임직원 등 63명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되는 일도 발생했다.

8월에는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에도 과감하게 리베이트를 제공해 온 차병원그룹 계열 CMG제약 사건이 알려졌다. 정부합동 수사반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CMG제약은 ▲현금·상품권 ▲영업사원 개인 신용카드 ▲도매상 이용 등의 방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품목별로 처방금액의 11~41%에 달하는 비용을 판촉비로 책정해 영업사원들이 적극적으로 리베이트 하도록 했으며 각 제품군마다 판촉비 비율을 달리해 리베이트 범위를 정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