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방경찰청, 부실 의료기기 선정대가로 리베이트 받은 의사 17명도 입건

[청년의사 신문 이혜선] 제도상 허점을 이용해 해외에서 오랫동안 사용된 제품을 재조립한 중고 MRI, CT를 국내에 불법으로 수입하고, 안전검사 없이 39개 병원에 유통해 22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의료기기 수입판매업자가 적발됐다.

또 이 의료기기를 선택하는 명목으로 이들로부터 11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등 병원 관계자들도 무더기로 적발돼 구속됐다. 이번 수사로 입건된 이는 의료기기 판매업자 7명, 의사 등 병원장 17명, 의료기관 종사자 11명 등 총 35명에 달한다.

경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중고 특수의료기기를 불법 수입하고 안전검사 없이 병원에 유통한 혐의로 의료기기 수입판매업자 황모씨를 사기, 의료기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하고, 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료인 등을 의료법 위반으로 구속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 해당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이혜선 기자

해외에서 10년 이상 사용한 MRI 불법 조립해 국내 들여와

경기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의료기기 수입판매업자 황모씨는 2010년 10월부터 2014년 1월까지 해외에서 재조립한 중고 특수의료기기인 MRI, CT 등을 불법 수입해 전국 39개 병원에 총 46대의 의료기기를 판매했다. 이를 통해 얻은 부당이득은 220억원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수입의료기기 보관 및 시험시설 등 품질관리 시스템을 구비하지 않고, 필수인 성능 및 안전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제품이 유통됐다.

특히 이 중 불법 재조립된 MRI는 수도권 21개 병의원에 유통됐다.

이 과정에서 10~15년간 사용된 의료기기가 불과 4~5년 정도 밖에 사용하지 않은 제품으로 둔갑했다.

더구나 이렇게 팔린 MRI는 마그넷 등 중요 구성품이 수입허가받은 내용과 다른 제품으로 설치됐다. 기기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불법 개조한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작동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비상자장소거장치'를 고의적으로 연결하지 않아 해당 MRI 검사를 받은 환자들이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MRI는 강한 자력을 이용하는 기기로 성능검사를 받지 않으면 안전사고를 비롯해 말초신경자극, 세포성장 변화 및 기형문제, 유전자 구조와 면역체계 변화에 대한 우려가 있는 품목이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료기기의 수입허가 및 품질관리적합 인증을 하면서 해외제조소를 방문확인하지 않고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서(ISO)만 받는다는 제도적 허점을 악용했기 때문이다.

병의원에 의료기기 납품하며 리베이트까지 제공

경기지방경찰청은 황모씨가 불법 의료기기를 판매하면서 의료인을 대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도 포착했다.

병원장 민모씨 등 의료기관 종사자 14명은 의료기기 판매업자인 황모씨 등으로부터 재조립된 중고 MRI를 구입하면서 의료기기 선정 명목으로 11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았다.

또한 황모씨는 병상을 부정거래해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의료기기 판매에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병의원이 MRI, CT 등 특수의료기기를 설치해 운영하려면 자체 보유하거나 공동병상활용제공동의를 통해 200병상 이상을 보유해야한다.

황모씨는 200병상을 채우지 못한 병의원에 의료기기를 판매하기 위해 병상 매입 전문브로커를 고용해 병상을 부정거래해 이득을 취했다.

병상 매입 전문브로커에게 약 5억원을 지급하고 일반 병원에서 보유중인 1,512병상을 1병상 당 30~50만원에 구입한 뒤, 이를 다시 15개 병원에 의료기기를 파는데 이용했다.

병원장 최모씨 등 의료기관 종사자 7명은 의료기기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대금을 부풀려 캐피탈회사와 62억원 상당의 허위 리스계약을 체결하고 부풀린 대금 16억원 상당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린 사실도 드러났다.

의료기기 사후관리 허점 드러나

이번 사건은 의료기기 사후관리의 허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특수의료기기의 수입허가는 식약처가, 설치와 사후점검 및 사용등록은 보건복지부(관할 보건소)가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허가받은 사항을 확인하고 의료기기를 설치하고 수리하는 것에 대한 사후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수의료기기는 품목별로 최초 수입 시험검사에서 식약처로부터 적합 판정을 받으면 같은 품목을 추가 수입하는 경우는 문서로만 보고하면된다. 또한 의료기기의 성능 및 안전검사 등을 수입업자가 자체 시험토록 규정돼 있다.

특히 최초 수입 이후 같은 품목의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 표준통관예정보고만 하면 되기 때문에, 그 후에 수입되는 제품이 최초 수입허가를 받은 제품과 실제로 동일한 제품인지, 안전성 검사를 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없다.

의료기기 수입판매에 있어 제도상 허점이 있다는 게 경기청의 설명이다.

경기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는 "병의원 관계자가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으므로 이를 확대수사할 예정이며 식약처와 복지부에 의료기기 수입 및 판매업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도록 통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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