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피부 수출 줄이자 병원들 수급난…인체조직기증원에도 피부조직 없어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피부 이식을 받아야 할 급성 화상환자들이 이식할 피부가 없어 제때 치료를 못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체조직 중에서도 피부 수급난이 심각해 중증 화상환자들이 이식재를 기다리며 병원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급성 화상환자들은 대부분 넓은 범위에 화상을 입은 중증 환자로 제때 피부를 이식받지 못하면 패혈증 등으로 사망할 수 있다.


▲ 피부 이식 수술 중인 화상환자(사진 제공 : 베스티안병원)

화상전문 베스티안병원 신재준 과장은 “사체 피부 이식이 필수적인 환자는 계속 발생하는데 이식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이 정도의 수급난은 처음이다. 마음 편히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부 수급난의 원인은 주 수입국인 미국에서 수출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국내 인체조직 기증이 활성화되지 못해 필요한 조직의 80% 가량을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수입해 왔는데 최근 미국에서 사체 피부 수출량을 대폭 줄였고 그로 인해 병원들이 수급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피부 조직의 국내 자급률은 15.2%로 84.8%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피부 이식재를 병원에 공급하는 한 바이오회사 관계자는 “원재료 자체를 구할 수 없으니 병원에서 요청이 있어도 이식재 생산이 힘들다”고 말했다.

인체조직을 가공해 병원에 공급하는 한국인체조직기증원 조직은행에도 보관 중인 피부가 한 개도 없는 상황이어서 사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체조직기증원 측은 “기증이 발생해도 병원 요청이 워낙 많아 보관 중인 피부 이식재가 단 한 개도 없다”며 “기증이 크게 늘어야 화상병동의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가 낮아 2012년에는 248명만 사후 기증을 했다.

인체조직기증원 정양국 원장은 청년의사라디오 '히포구라테스'에 출연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에서 이식을 위해 생산 공급된 인체조직은 약 30만건이었고 매년 그 숫자가 늘고 있다”며 “국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연간 최소 1,000명의 기증자가 필요하다. 인체조직 기증 활성화, 기증 문화 정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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