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연합회 “의료기관의 진료·수술기록 작성 및 관리 책임 강화해야”

[청년의사 신문 양영구] 초등학교 2학년 지유는 지난 5월 학교 운동장 구름사다리에서 놀다 떨어져 팔에 골절상을 입어 인근 정형외과에 입원했다. 지유 부모는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한다는 병원의 설명과 병원의 규모를 보고 골절접합수술을 결정했다.

입원한 지 4일이 지났을 때, 병원 측에서는 전신마취를 하지 않으면 아이가 고통스러울 수 있다며 전신마취를 권유했고, 수술이 진행된 지 7시간이 지났지만 결국 지유는 깨어나지 못했다.


지난 26일 엠스퀘어에서 열린 제11회 환자 샤우팅 카페에서 지유의 아빠 서동균 씨가 털어놓은 사연이다.

서 씨는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말을 이어나갔다.

서 씨는 “통상 30분에서 1시간 반이면 마취에서 완전히 깨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깨어나지 않았다”며 “이상한 기분에 수차례 대학병원으로의 전원을 요구했지만 병원 측에서는 괜찮다며 기다리면 깰 것이라는 이야기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이 끝났다고 연락받은 7시간 뒤, 결국 병원에서 보호자들을 수술실로 불러들였다”며 “들어갔더니 마취과의사가 딱 봐도 잘못된 방법으로 CPR을 하고 있었고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고 토로했다.

서 씨에 따르면 해당 의료기관은 간호사가 한 명도 없었고 수술을 진행한 날 지유에게 마취 주사를 놓은 사람은 간호조무사였다. 특히 진료기록이나 수술기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 씨는 “지유를 떠나보낸 이후에나 해당 병원이 병원급이 아닌 의원급 의료기관임을 알았고, 간호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며 “의사 여섯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간호조무사와 응급구조사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밝혔다.

서 씨는 “더 황당했던 것은 진료차트에 적혀있어야 할 수술 당시의 약물 투여량, 의사의 지시사항 등이 정확하게 적혀져 있지 않았다”며 “의사가 지시한 하루치 오더도 제대로 기록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자는 의료기관을 이용할 권리를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은 ‘환자권리’라며 그럴듯하게 액자를 걸어 놓지만 정작 환자가 누려야 할 권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이 사실을 계속해서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에 서면서 사실은 정말 마음이 아프다며 울까봐 아프다는 말은 하지 않고 싶었다”며 “그런데 너무 아프다”서 끝내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환자 샤우팅 카페에는 빈크리스틴 투약 오류 사고로 아이를 잃은 종현이 어머니와 응급실에서 레지던트의 미숙함으로 아이를 잃은 예강이 어머니도 참석해 같이 눈물을 훔쳤다.

“환자단체와 함께 제도개선을 위해 힘 합치자”

서 씨의 사연을 들은 환자 샤우팅 카페 자문단은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서로 힘이 되어 제도를 개선해보자고 제안했다.

서울시북부병원 권용진 원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술실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공론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술실은 철저히 감시돼야 하고 투명해져야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감시망이나 질 관리에 미흡한 게 현실이다”라고 토로했다.

권 원장은 “수술실에 대한 질관리 등 환자가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비용은 필수”라며 “이를 위해 환자단체는 ‘국민은 건강보험료를 더 지불하는 게 옳다’는 인식개선 활동을 해야 하며, 제도개선을 위해 서로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환자 샤우팅 카페에서는 비소세포성폐암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나서 화이자제약의 젤코리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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