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에 대한 폐해 첫번째로 인정한 ‘캐슬러 판결’을 이끈 ‘샤론 유뱅스’ 변호사


[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지난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담배 제조 및 판매사인 (주)KT&G, 필립모리스코리아(주), BAT코리아(주)(제조사 포함)를 상대로 537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흡연피해자들이 KT&G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은 있지만 공공기관이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1954년부터 흡연으로 인한 폐암 유발 가능성에 문제의식을 갖고 담배소송을 진행해 왔다. 특히 지난 2006년에는 미 연방정부가 필립모리스 등 7대 담배회사와 2개 담배연구소를 상대로 제기한 RICO(조직범죄처벌법) 위반 소송(1999년)에서 담배회사의 기망행위가 인정됐다. 미 연방 대법원 글래디스 캐슬러(Gladys Kessler) 판사가 1,700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을 통해 “담배회사가 흡연의 문제를 내부적으로 인지했으면서도 수십년간 이를 부인, 왜곡했고 속여왔다”며 “담배의 해독에 대한 연구를 억압하고 연구결과를 파괴, 니코틴 함량을 조작했다”고 판결한 것이다. 결국 이 판결로 인해 미국 담배회사는 신문에 흡연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정정 성명을 게재해야 했다.

캐슬러 판결이라 불리는 이 소송에서 연방 정부 측 변호를 맡은 샤론 유뱅스(Sharon Eubanks) 변호사(에드워드 커비 로펌)가 최근 공단 주최로 열린 ‘담배규제와 법’에 대한 국제심포지엄을 찾았다. 이에 유뱅스 변호사를 만나 미국 담배소송 당시 상황과 공단이 담배회사와의 한판 승부에서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이 뭔지 들었다.

Q. '캐슬러 판결' 있기까지 정권 교체로 소송무력화 작업이 있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담배회사의 부도덕함이 증명된 판결이 나올 수 있었던 결정적인 근거는 무엇이었나.

- 과거 60~70년대 소송 사례에서 제기됐던 내용들이 오늘날 법정에서 승소를 결정짓는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캐슬러 판결에서도 그동안의 내부 문건을 비롯한 모든 문건이 증거였다. 그중에서 담배회사가 국민들을 기망했다는 내부 고발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Q. 미국에서는 언제부터 담배소송이 제기됐나.

- 미국 담배소송의 역사는 크게 3개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1954년부터 1974년으로 담배의 치명적인 위험과 중독성에 대해 인지하게 됐다. 당시 담배회사들은 대중을 혼란시키고 연구결과를 조작했다. 두 번째인 1983년부터 1992년까지는 소송에 결정적인 담배회사들의 내부 문건이 최초로 공개되던 때다. 이후 1994년부터는 구상권 소송과 정부 또는 기타 당사자들이 담배관련 질병을 치료할 때 든 비용에 대한 소송이 잇따랐다. 당시 모든 소송은 내부 문건이나 내부고발자의 증언에 집중했었다.

Q. 담배소송에 대처하는 담배회사의 전략은 무엇이었나.

- 초기 담배회사들은 담배가 폐암을 유발하지 않을뿐더러 환자들이 개인의 욕구 충족을 위해 흡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표적인 'Liggett' 소송에서 담배의 치명적인 위험이 드러났다. 담배회사가 비발암성 담배의 개발과 시판 능력이 있으면서도 대중을 혼란시키고 연구결과를 조작했다는 것이 폭로됐다. 이후 결정적인 담배회사 내부의 문건까지 공개되면서 담배회사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가며 변호사를 고용했지만 결국 패하게 됐다. 1988년 담배회사가 패소하면서 관련된 법무법인이 파산할 정도였다.

Q. 미국 담배소송의 역사적인 날을 꼽는다면.

- 지금도 담배회사들이 소송이 있을 때마다 사용하는 사진 한 장이 있다. 1994년 필립모리스 CEO 7명이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선서하는 모습인데 당시 이들은 “담배가 중독성은 없고 좋은 맛을 가지고 있다”고 선서했다. 하지만 내부고발자 빅터 디노블(Victor J. DeNoble) 박사의 증언 등으로 결국 필립모리스는 패소했다. 이를 계기로 이후 수많은 소송이 제기됐는데 모든 소송이 내부 문건이나 내부고발자의 증언, 회사의 행태에 집중됐다. 캐슬러 판결도 이 무렵인 1999년에 소송이 제기됐었다.

Q. 소송 이후 담배회사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있었나.

-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99년 미국 정부가 담배소송을 제기한 이후 많은 소송이 제기됐다. 특히 담배회사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들은 더 이상 대중들에게 흡연이 암을 일으키지 않으니 괜찮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담배회사가 미국 내에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여전히 이전의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Q. 한국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내외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흡연자와와 비흡연자의 갈등을 유발하는 등 사회적 분란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있다.

- 흡연자와 비흡연자와의 갈등이라니 정말 놀랍다. 흡연은 담배회사가 주장한 것처럼 선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도 흡연하는 엄마 때문에 뱃속에서부터 일찌감치 담배의 독에 노출되고 있다.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춰서 소송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야 한다. 다양한 소송은 담배산업의 행태를 알게 되고, 담배회사가 얼마나 거짓말을 했고, 이익을 올리기 위해 홍보하고 있는지, 소비자를 기망했는지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소송을 할 때는 늘 반대파가 있기 마련이다.

Q. 한국은 과거 정부가 담배사업을 국가가 담배사업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패소할 수도 있지 않는가.

-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에서도 과거에 정부가 나서서 담배를 재배하고 그것을 판매, 죄수들에게 사용한 적이 있다. 소송에서 미국 담배회사들은 음모론을 주장하면서 정부도 개입돼 있었지 않았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주장에 신경 쓰지 않고 배제했다. 그만큼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여겨서 넘어갔다. 이런 면에서 미국과 한국이 비슷한 부분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나는 한국의 역사나 제도는 잘 모른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

Q. 공단이 소송을 해서 얻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패소하게 되면 건강보험 재정만 축낼 수도 있다.

-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흡연으로 인한 질병으로 의료비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정부도 이를 우려한다. 흡연으로 인해 부당하게 지불된 의료비에 대한 지금까지의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 기존의 소송 등에서 나온 여러 가지 사실들, 이런 것들을 모두 총 동원에서 담배회사들이 했던 주장들을 파괴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담배소송은 패소를 하더라도 전 세계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Q. 공단이 승소하기 위해 조언을 한다면.

- 그동안의 소송을 보면 담배회사들이 오랜 기간 동안 국민을 기망했다는 점이 판결에서 가장 중요했다. 이에 대한 모든 문건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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